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미 경제 휘청 … 잘나가던 한국 경제에 불똥 튀나

세계경제의 더블딥(반짝 경기회복 후의 재침체) 망령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 엄청난 재정투입과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한숨 돌린 건 잠시, 다시 더블딥의 공포가 지구촌을 덮치려는 태세다. 공포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다. 주택시장이 전형적인 더블딥의 덫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미국의 집값 하락은 세계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살아날 듯한 주택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면서 지구촌이 다시 일제히 경기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7월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 실적은 15년 만의 최저치였다. 383만 건에 그쳐 6월(537만 건)보다 27.2%나 줄었다. 시장의 기대치였던 465만 건에 훨씬 못 미쳤다. 결혼 등으로 집이 꼭 필요한 수요자(자연 증가분) 아니면 집을 사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가 큰 셈이다. 호화주택의 거래만 막힌 게 아니다. 방 2~3개짜리 1가구용 중산층 주택의 거래가 얼어붙었다.

이는 결국 집값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차압당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 집이 다시 시장에 쏟아져 나와 집값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도 여기서 비롯됐다. 국제 금융시장이 미국 주택시장 지표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시장 더블딥은 주택담보대출을 내준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회사는 대출에 고삐를 죄 실물경제를 더블딥의 늪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

◆미국, 마땅한 카드가 없다=그나마 2008년엔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손 쓸 수단이 있었다. Fed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시중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었다. 정부도 1조 달러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그 덕에 지난 연말부터 집값 하락세는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기부양책은 약효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로 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직장을 잃으면서 대출받을 능력까지 상실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Fed가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중산층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는 얘기다. 유럽 재정위기도 그나마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됐다.

섣부른 부양책은 도리어 역효과만 냈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줬던 8000달러 세금 혜택이 대표적이다.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입했던 이 제도 덕에 지난 연말 이후 주택 거래가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4월 말로 이 제도가 만료되자 주택 거래는 더 위축됐다. 7월 주택 거래가 급격히 감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과 정책당국에 착시효과만 일으킨 셈이다.

현재로선 미국 정부나 Fed가 쓸 카드가 별로 없다. 금리는 지금도 역대 최저 수준이고 돈도 더 풀어봐야 주택시장으로 갈 가능성이 작다. 오히려 미국 국채로 돈이 쏠려 채권시장에 거품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이미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세금 혜택을 연장하는 것도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 주택시장 더블딥을 막자면 결국 일자리가 많이 생겨 소득이 늘어야 한다. 소득이 늘어야 집 살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유럽 안에선 일자리를 늘릴 뾰족한 수단이 별로 없다. 결국은 중국이나 독일처럼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가 내수 부양에 나서줘야 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초 발표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에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경기마저 주춤한다면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위험은 더 커진다.

◆한국에도 먹구름 닥치나=가장 빨리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찬사를 들었지만 앞으로 마음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수출이 괜찮고 내수도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2%에 달했다. 민간소비는 3.7%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29%나 늘었다. 수출도 33%나 뛰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한국의 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택버블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걱정을 더는 요인이다. 상명대 정지민(경제학) 교수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주택버블이 심하지 않았고, 빠지는 폭도 그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시장으로 인한 더블딥 위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국 경기가 침체하면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화여대 차은영(경제학) 교수는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빨리 회복한 것은 내수보다는 수출 덕이 컸는데 앞으로 수출이 부진해지면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도 “세계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하면 지난번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가 우리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권희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