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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난청과문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자성어(四字成語) 학습장이 됐다. 다만 부정적 예문이 대부분인 게 안타깝다. 먼저 아전인수(我田引水)다. 다들 ‘위장전입이 뭐 어떠냐’는 투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선데 말이다. 쪽방촌 매입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란다. 노후 대비란 것이다. 이쯤 되면 견강부회(牽强附會)가 맞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다. 법적·도덕적 흠결(欠缺)을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호도(糊塗)하며 어물쩍 넘기는 거다. 일국의 지도자로서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이다.

의원들의 뭉툭한 질문에 후보자 대응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이 그렇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그저 죄송하다고 한다. 뭐라고 물어도 같은 대답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무색하다. 근거가 있다 없다 확답은 피하면서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운을 남긴다.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꾸미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지, 실제 알맹이가 있는지 애매모호(曖昧模糊)하게 만든다.

어제 했던 증언도 오늘 바꾼다. 김태호 총리의 6억원 대출 주체가 밤사이에 바뀌었다. 손바닥 뒤집어 구름을 만드는 번수작운(飜手作雲) 식이다. 청문회장에서 허리를 90도 굽혀 인사하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게 과공비례(過恭非禮)를 말하면 그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일까.

이런저런 질타책망(叱咤責望)에도 후보자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 태세다. 자고로 간신(奸臣)은 일신영달(一身榮達)을 위해 군왕을 이용하고, 충신(忠臣)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렸다. 간신은 현대의 ‘예스맨’쯤이다. 자신을 위해 보스를 이용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인사다. 이들이 자신을 던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잘잘못의 경중도 난형난제(難兄難弟), 어차피 초록동색(草綠同色)이어선가. 그야말로 듣지 않고, 들은 것도 없는 난청과문(難聽寡聞) 청문이다.

인사권자도 진퇴양난(進退兩難)일 듯싶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없이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내달리느냐, 쓴소리를 양약고구(良藥苦口)로 받아들이느냐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민심은 천심이요, 순천자흥(順天者興)이라 했다. 몸을 낮춰 고육지책(苦肉之策)에 읍참마속(泣斬馬謖)까지 고민하면 다행이다. 자칫 실기(失機)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면 모두의 불행일 터다.

박종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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