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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웃겨서 연습조차 힘들다는 노래, 만요 좀 들어보실라우

다음은 남녀의 전화 통화다. 대화는 4분의 4박자, 빠른 행진곡풍이다. 반주는 가야금·피리·건반이 맡는다.

남자 : 으응 으응 아이 러브 유.

여자 : 아이고 망칙해라. 아이 돈 노. 빠이빠이.

남자 : 아차차차 으응 으응 으응 끊지 말아요. 죠죠죠 죠또 마떼.

합창 : 끊으면 나는 싫여. 나는 몰라

남자 : 대동강 풀리듯이 슬쩍 좀 녹구려.

여자 : 우거지떼 쓰지 마우, 아이 능글능글해.

1938년 콜롬비아 레코드의 2월 신보로 발표됐던 노래, ‘전화일기’다. 노골적인 구애와 더 노골적인 애교가 섞인 이 노래는 한 달 만에 조선총독부의 금지곡 처분을 받았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뭘’ 하는 건 애교 축에도 못 껴요.” 국악평론가 윤중강씨가 1930년대의 노래 ‘만요(漫謠)’를 밀고 있는 이유다. ‘오빠는 풍각쟁이’는 현재 가장 유명한 만요다. 하지만 ‘전화일기’처럼 재기 발랄한 만요가 수두룩하다.

“요즘 젊은 세대와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노래에요.”

‘만요 컴퍼니’ 4인방. 왼쪽부터 작곡가 박경훈, 가수 김희성·박민희, 예술감독 윤중강씨. [안성식 기자]
전통적인 국악창법인 정가를 불러온 박민희(27)씨가 윤중강씨를 거들었다. 이 두 명과 작곡가 박경훈(29), 노래하는 김희성(27)씨가 30년대 코믹송에 푹 빠졌다. 아예 ‘만요 컴퍼니’라는 팀을 꾸리고 다음 달 창단 공연을 연다. “너무 웃겨서 연습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니 1930년대 노래의 마력을 짐작할 수 있다.

30년대는 서양문화, 일본문화가 물밀듯 들어오던 때다. 신민요와 재즈, 트로트와 만요가 공존했다. 문화 천재들이 자유로이 살던 시대기도 하다. 이들은 모든 음악을 구분 없이 불렀다. 윤중강씨는 “살아보지도 못한 이 시대가 그립고 아련하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였지만 노래만큼은 자유롭고 기발하다.

“말라깽이 모던보이 굿모닝/호박 같은 저 아가씨 굿모닝/배불뚝이 월급쟁이 굿모닝/안짱다리 마네킹걸 굿모닝.”

만요의 전성기를 이룬 작곡가·가수 김해송의 곡 ‘청춘삘딩’이다. 이 작품에서 모던 피플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낸 김해송이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만요 컴퍼니’가 올해와 내년을 ‘만요의 해’로 벼르는 이유다.

만요와 21세기 청중의 만남은 횟수만 적었을 뿐, 꽤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소극장에서 시작한 ‘천변살롱’이 대표적이다. ‘왕서방 연서’ ‘오빠는 풍각쟁이’ 등을 엮어 드라마를 만든 이 공연은 매진을 이어갔다. 가수 신신애가 불러 히트시킨 ‘세상은 요지경’ 또한 30년대 노래다.

40년대에 들어서며 만요는 트로트와 군국 가요에 자리를 내준다. 일제의 통제가 심해져 금지곡이 늘어나고 인기도 시들해졌다. ‘만요 컴퍼니’ 4인방은 그 자리를 다시 찾아주겠다고 나섰다.

편곡을 맡은 박경훈씨는 “만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9월 3, 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원서동 북촌창우극장. 02-747-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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