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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울리는 ‘ADHD 3중고’

태형(12·가명)이는 문제아였다. 수업 시간에도 수틀리는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갔다. 친구를 때리는 것도 예사였다. ADHD 진단을 받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공부방에선 2년 전부터 검사를 권했지만,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약물 치료를 받자 태형이는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하지만 치료는 1년을 가지 못했다. 부모를 함께 치료하려 하자 아버지는 “병원에 안 다니면 그만”이라며 태형이를 데려갔다. “그때 잘 치료했으면 공부를 꽤 했을 텐데….” 당시 치료 맡았던 안병은(수원 행복한우리동네정신과) 원장은 한숨을 쉬었다.

마음의 여유는 없는데, 치료비는 비싸다. 빈곤 가정에 ADHD를 앓는 아이가 더 많이 보고되는 이유다. 정신과 찾는 시점이 늦고, 진단을 받아도 충분한 치료를 못 받는 다.

ADHD 증세를 보이고 있는 준혁이(12·가명)는 “손님들께 인사 좀 하라”는 할머니에게 “싫어”라고 소리지르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을 들추려 하면 발길질을 해댔다. 준혁이는 빠듯한 가정형편 때문에 약물치료만 겨우 받고 있다. 엄마는 “상담이나놀이 치료를 하면 좋아질 것 같은데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버거운 치료 비용=검사비는 30만원 안팎이다. 증세가 중증인 경우 약물 치료가 필수인데 약값은 한 달에 3만~8만원이다. 완전한 치료를 위해선 미술과 놀이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한 시간에 4만~5만원. 비용이 만만찮아 기초생활수급자는 이 중 일부(1회에 한해 20만~30만원)를 지원받지만 태부족이다.

준혁이(12·가명)가 그 경우다. 유치원 때부터 ADHD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돈이 없어 검사를 받지 못했다. 엄마가 건물 청소를 시작한 이듬해 받은 검사에서 ADHD로 나왔다. 약값을 대기도 빠듯한 형편이라 다른 치료는 꿈도 못 꾼다. 준혁이 엄마는 “태권도를 배우면 좋다는데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빈곤 가정은 아이 증상을 살필 마음의 여유도 상대적으로 적다. 연세주니어정신과의원 최솔 원장은 “ 형편이 괜찮은 아이들은 보통 유치원 즈음이면 진단을 받으러 오곤 하는데, 빈곤 가정 아이들은 문제 행동이 심해진 3, 4학년 때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머나먼 병원=집(택시)→이천 시내(버스)→준혁이 학교(버스)→이천버스터미널(시외버스)→동서울버스터미널(지하철)→건국대병원. 준혁이 엄마가 두 달에 한번 준혁이를 데리고 ADHD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로다. 병원 가는 데만 세 시간이 걸린다. 교통비는 왕복 3만원이 든다.

모자는 왜 서울행을 택했을까. 경기도 이천시엔 소아 정신과가 없다. 소아 정신과 수도 지역의 소득 수준에 비례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엔 소아정신 전문병원이 44곳이나 있다. 제주도는 1곳, 전남은 2곳뿐이다. 소아 정신과 1곳당 관리할 수 있는 초등학생이 서울은 5811명인 반면, 경남은 4만8026명, 전남은 6만6252명에 달한다. 지역 아동들이 치료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세대 의대 노경선 교수는 “어렵지 않게 병원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지역 사회도 아동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곤 악순환 우려=ADHD에 걸린 아동들도 치료만 잘 받으면 대부분이 건강하게 자란다. 문제는 ADHD로 인한 학습 능력 저하와 사회성 부족, 동반 정신질환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일부 보고서도 있다. 영진이(11·가명)는 평균 성적이 50점을 넘지 못한다. 책상에 20분을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져서다. 학교에선 친구가 없다. 영진이는 고학년이 된 이후 가끔 “난 쓸모 없는 애”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안병은 원장은 “ADHD를 앓는 아동 중 66%가 우울증·반항장애·불안장애 등 2차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치료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은 빈곤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이지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우리 아이가 혹시 ADHD?

● 전혀 그렇지 않다:0점      ● 약간 혹은 가끔 그렇다:1점

● 상당히 혹은 자주 그렇다:2점  ● 매우 자주 그렇다:3점

1.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 실수를 많이 한다.

2.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몸을 꿈틀거린다.

3.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4.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5.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6.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7. 지시에 따라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8.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9. 과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10.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11.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기를 꺼린다.

12. 말을 너무 많이 한다.

13. 과제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 등(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14.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15.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1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17.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예: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간다)

18.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 보는 법 : 교사가 매겼을 때 17점 이상, 학부모 체크 시 19점 이상이면 ADHD가 의심되는 ‘관심군’입니다. 병원 상담을 받아보세요.

※ 자료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평정 척도, 경기도광역정신보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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