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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을 선택한 학생들] 신상하양·서정현군

“퇴학 당한 문제아라고 보는 듯한 시선이 가장 부담스럽죠. 스스로 내 길을 찾아 나온 건데 … .”어느 홈스쿨(home school) 학생의 항변이다. 학교 밖에서 자신의 길을 찾겠다는 각오로 과감히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이지만, 가끔은 주변의 선입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홈스쿨러’로 불리는 이들을 만나 일상생활과 꿈, 자기주도 학습 노하우를 들었다.

글=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진로 소모임 활동을 위해 난지 노을공원 캠핑장을 찾은 신상하양과 서정현군. 이들은 이날 다른 홈스쿨러들과 만나 진로 정보를 나눴다. [황정옥 기자]
학교 다닐 때처럼 생활계획 짜

신상하(17)양은 고교 입학을 앞둔 지난해 1월 홈스쿨을 하기로 결심했다. 신능중학교 졸업 당시 교과 성적은 중상위권에다 성격도 활달해 친구들과 잘 어울렸던 신양이었다. 그런 그가 홈스쿨을 택할 것이라곤 주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신양은 “너무 틀에 박힌 교육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성인이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신양이 홈스쿨을 결심한 데에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 권민조(44·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씨는 “일반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다면 나와 비슷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온 신양은 처음 연극을 선택했다. 권씨와 함께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충무아트홀에서 진행하는 ‘홈스쿨 학생을 위한 연극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연극에 매달렸다. 부모와의 갈등 등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었다. 신양은 학교 다닐 때와 비슷하게 시간계획을 세워 지키려고 노력했다. “연극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연극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해보며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죠.”

신양은 연극 활동 중 사귄 선배 홈스쿨러들로부터 ‘공간 민들레’라는 홈스쿨러 공동체를 알게 됐다. 이후 신양은 공간 민들레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은 수영과 스쿼시를 배운다. 9시부터는 요일별로 한자, 인물로 배우는 미술 이야기(미학), 원리 증명 수학 강의를 번갈아가며 듣는다. 모두 강좌를 직접 찾아 스스로 계획표를 짠 것이다. 지난해에는 글쓰기와 스페인어 강의도 들었다. 오후에는 주로 철학 소모임 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피리를 배우거나 독서를 한다. 소모임 활동은 주제별로 자료를 조사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토론 방식이다. 이를 위해 다른 교육기관에 개설된 인문학 수업을 찾아 듣기도 한다.

신양은 최근 고교 졸업 과정 검정고시를 치렀다. 이 때문에 지난 4~7월엔 검정고시 대비 공부에 매진했다. 검정고시에 통과하면 내년에 해외여행을 할 생각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신양은 “대학을 가는 건 당연한 목표지만 남들과 똑같은 시기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일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생각이 가장 중요

신양보다 2년 먼저 홈스쿨을 시작한 서정현(19)군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미술이론과 진학이 목표다. 서군은 “한비야씨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자율 속에서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부모의 반대가 컸지만 그는 과감하게 고입을 포기했다. “부모님은 아직도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 요즘 제 성격이 많이 밝아져 저를 믿어주시는 편이에요.”

서군은 온전히 혼자 계획해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학교 다닐 때와 똑같이 시간표를 만들고 거기에 맞춰 학원을 다니거나 스스로 공부했다. 중학생 시절과는 마음가짐부터 사뭇 달랐다. 나태해질 때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재능도 발견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하자센터’ 글쓰기 교실을 다니면서부터 자신의 적성이 글쓰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 없이 책도 읽었다. 1주일에 3권 정도 책을 읽는 서군은 수능 모의고사 언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한예종 미술이론과를 목표로 하게 된 것은 ‘공간 민들레’의 미학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잠시 흥미를 가졌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서다.

공간 민들레 ‘길잡이 교사’ 정혜숙씨는 “홈스쿨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며 “계획표를 짤 때 그 시간의 용도가 뭔지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 휴식이 필요한지, 배움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해야 부모와의 마찰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홈스쿨을 선택했다면 거기서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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