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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집 사서 돈 버는 꿈 이젠 접어야”

‘집=투자수단’.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서 통했던 등식이다. 집값이 올라 거둔 수익으로 중산층은 자녀 학비를 대고 노후를 대비했다. 크루즈 여행과 골프장, 고급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것도 집값 상승 덕이 컸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시절’은 다시 오기 힘들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23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집값 상승률은 물가 오름폭을 따라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집을 사서 손해를 보진 않겠지만,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은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주택 투자 시대의 종언’이다.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던 2005년 이래 미국 집값 하락분은 총 6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소장은 이를 회복하는 데만 2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물가상승까지 감안하면 집의 실질가치는 2005년 수준으로까진 절대 오를 수 없다는 계산이다. 그는 “집이 돈을 벌어 줄 것이란 기대를 이제 접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인들이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가정을 꾸리면서 건설업은 호황을 맞았다. 이어 베이비붐 세대들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수요는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1970년대 물가급등과 느슨한 세금제도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주택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어 80년대에는 부동산 대출 금리가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90년대 후반에는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집값은 연평균 4% 올랐다.

그러던 ‘부동산 불패 신화’도 이젠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부동산 사이트 질로의 스탄 험프리스 분석가는 “집값이 꼭 올라야 된다는 철칙은 없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집 사는 데 돈을 쓰고,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좋은 해안가로 몰려들어 땅이 부족해질 것이란 부동산 붐 시절의 논리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프링밸리의 한 주택가에 은행에 압류된 집을 매각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침체된 미국 부동산 시장 내에서도 회복세가 가장 느린 지역 중 하나다. [라스베이거스 AFP=연합뉴스]
하지만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유례없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집을 산 사람들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칼 케이스 웰슬리대 교수가 최근 주택 신규 구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향후 10년간 집값이 매년 10%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부동산의 추억’이 아직 완전히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충격이 조금씩 걷히면 주거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주택 특유의 장점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는 게 낙관론자들의 시각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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