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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30> 9월 초 예정 북한 조선노동당대표자회

김정일(왼쪽)이 1980년 제6차 조선노동당대회를 앞두고 준비 상황을 김일성(오른쪽)에게 보고하고 있다. 북한 서적 『우리의 지도자』에 따르면 김정일은 행사의 내용은 물론 참가자들의 생활 정보까지 챙겼다. [출처=북한 서적 『우리의 지도자』(1992년 발간)]
“종잡을 수가 없다.” 북한 정권을 두고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불가측성의 안갯속에서도 나침반은 있습니다. 북한의 정치 이벤트가 좋은 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9월 초 열릴 북한 조선노동당대표자회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대표자회는 북한 현대사의 질곡마다 주요 분기점 역할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여진이 여전한 남북관계의 거친 바다에서 ‘당대표자회’라는 나침반으로 한반도 정세를 조망해 보시죠.



30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빅 이벤트 … 후계자 김정은 ‘중책’ 맡을까

전수진 기자



당의 중요한 전략·인사 결정하는 ‘임시전당대회’



‘당-국가체제’를 채택, 말 그대로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최고 지도 기관은 당대회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21조는 “당대회는 5년에 1회 당 중앙위원회가 소집한다”고 규정했으나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에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후 30년간 열리지 않고 있다. 당대회를 5년마다 반드시 소집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중앙위는 당대회를 필요에 따라 빨리 또는 늦게 소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당대표자회는 당중앙위가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필요에 따라 소집하는 회의다. 조선노동당규약 30조는 “당대표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며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 위원 또는 준후보 위원을 제명하고 그 결원을 보선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왜 당대회가 아닌 당대표자회를 소집하는가. 이에 대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함흥의과대학에서 철학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탈북한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부대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북한에서 당대회는 ‘승리자의 대회’라고 불린다. 그런데 지금은 승리했다고 내놓을 수 있는 성과가 없다. 경제는 어렵고 사람들은 배고프다. 따라서 지금은 당대회를 열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본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대회는 남측의 전당대회, 당대표자회는 임시전당대회 급”이라고 정의하며 “이번 당대표자회는 그러나 당대회·당대표자회를 통틀어 30년 넘게 주요 당 이벤트가 없었던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거의 당대회 급의 무게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과거 두 차례 개최, 김일성 체제 굳건히 다져



1980년 10월 10~14일 열린 제6차 조선노동당대회 사진.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다. 이후 당대회는 열리지 않고 있으며, 당대표자회가 9월 초 열릴 예정이다. [출처=북한 서적 『조선 화보』(1980년 발간)]
지금까지 당대표자회는 1958년 3월, 1966년 10월 두 차례 소집됐고, 둘 모두 북한 역사에서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1958년 3월 3~6일 열린 1차 당대표자회는 조선노동당 내 이견 그룹을 제거하고 김일성 중심 체제를 확고히 다졌다. 1956년 일명 ‘8월 종파사건’(김일성 소련 순방 중 당 5대 정파의 하나인 ‘연안파’ 소속 최창익을 필두로 한 일부 세력이 김일성을 공개 비판하며 주석직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건) 이후 ‘김일성 빨치산파’ 이외의 정치 세력은 뿌리가 뽑혔다.



1966년 10월 5~23일 소집된 2차 당대표자회에는 김일성 당시 중앙위 위원장이 ‘현 정세와 우리 당의 과업’이란 제하의 보고를 함으로써 북의 자주 노선과 ‘경제-국방’ 노선 강화를 공식 천명하는 기회로 삼았다. 3차에서도 굵직한 이정표가 세워질 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그렇다면 3차 당대표자회를 9월 초에 개최하는 의미는 뭘까.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 김영수 교수는 “8월 28일은 북한의 청년절, 9월 9일은 북한 정권 창건 기념일인 일명 ‘9·9절’에다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라며 “참석자들 교통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측면도 있으나 무엇보다 일련의 정치적 이벤트의 꼭지점을 찍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 내부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 아주 부지런히 당대표자회를 준비하는 중”이라며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상당 부분 약화된 당-국가 체제의 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고, 따라서 향후 북한 정세의 주요 좌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하면 이번 당대표자회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목전에 둔 북한이 당-국가 체제 재정비의 분수령으로 삼는 한편 향후 정세를 좌우할 중대한 상황 변화에 따른 결정들을 내릴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대한 상황 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옹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후계 구도 위해 대폭 물갈이할 수도



이번 3차 당대표자회 소집을 공표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노동당대표자회를 주체99년(2010년) 9월 상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중요한 문구는 “결정적 전환” “당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다. 뭔가 결정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위한 분기점이 될 거란 예고다. 대북 문제에 정통한 정부 고위당국자가가 “이번 당대표자회는 북한 권력의 핵심 축을 결정하는 중요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근거다.



전문가들이 뽑은 3차 당대표자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후계자 김정은의 ‘대관식’ 여부와 옹립의 방법론이다. 서강대 김 교수는 “김정은의 후계 구도는 굳건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김정은에게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정도의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후계자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유일하다. 통일연구원 박 위원은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탄탄히 짜기 위해 세대교체를 위한 인적 쇄신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위원은 당대표자회를 “후계자 옹립의 주요 이벤트”로 정의하면서 “혹여 설사 김정은을 옹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계구도 공고화 및 세대교체를 위해 대폭 물갈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67세이고 지도부와 정책 결정자들이 다 고령이라 북한 주민들과의 괴리가 커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며 “이번에 선거를 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세대교체를 위한 것이며, 이에 대한 군부의 반발을 어떻게 제어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또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뒤 자신은 1974년 주석이 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지적하며 “이번에 김정은 대관식을 한 후 김정일 위원장은 ‘신전’에 쉬러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김정일이 살아 있는데도 동상을 제작한 것들이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풀이했다.



두 번째 주요 관전 포인트는 당-국가 체제의 복원 여부다. 서강대 김 교수는 “북한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선군(先軍)정치를 표방해 왔으나 이번에 당 중심 국가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 박 위원도 “중앙당은 사실상 버려진 상황”이라며 “사망·숙청 등으로 인한 결원도 충원이 안 돼 무력화됐다”며 “이번에 당에 힘을 실질적으로 실어 주며 당을 복구할지, 아니면 김정은 대관식만 치르고 끝날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NK지식인연대의 현 부대표도 “지금까지 김정일의 하수인처럼 여겨지며 소외됐던 당을 강화하자는 의미가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대표자회 전후로 추가 도발 가능성 없나



일각에선 당대표자회며 9·9절,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등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북한의 일정을 두고 행사 전후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경고 섞인 예측도 나온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물리적 도발”을 천명하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통일연구원 박 위원은 “지금 북한 내부 사정이 굉장히 어렵다”고 전제하고 “9월 초는 아직 수확할 때도 아니라 다들 배가 고플 대로 고픈 상황이다. 의외로 간단히 행사를 치르고 끝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북 정책 핵심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싱겁게 넘어갈 수도 있다.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두고 이스라엘 정치가인 압바 에반이 ‘아라파트는 기회를 놓칠 기회를 놓친 적이 없다(Arafat never missed an opportunity to miss an opportunity)’고 했는데,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고 분석했다. 즉 다들 북한이 무슨 이벤트를 벌일 기회라고 주시하고 있으면 의외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래저래 주목되는 당대표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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