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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든 플러그, 영국 생활혁명 부른다

‘2010 영국보험 디자인 대상’을 받은 최민규씨.
영국의 일상용품 중에서 특이한 것이 전기 플러그다. 발이 세 개 달렸다. 두 개의 전원 연결 단자는 수평으로, 그 위쪽에 있는 한 개의 접지 단자는 수직으로 붙어 있다. 크기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 가로·세로가 약 5㎝, 두께는 4㎝쯤이다. 1946년에 이런 구조로 굳어진 뒤 종류에 따라 모양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형태나 크기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



영국 최고 디자인상 받은 최민규씨

그런데 머지않아 이 플러그가 날씬하고 예쁜 모양으로 탈바꿈할 판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두께가 1㎝밖에 되지 않는 ‘접히는 플러그’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 견본품은 나와 있다. 60년 넘게 두툼한 모습을 고집해 온 영국 플러그의 변신을 이끄는 인물은 한국인 최민규(30)씨다. 그는 이 플러그를 개발해 지난 3월 영국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영국보험 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건축·패션·가구·제품 등 7개 분야로 나눠 우수상을 선정한 뒤 그중에서 뽑는 최고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패션 분야는 시상식 직전에 세상을 뜬 유명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이 받았는데, 영국 BBC방송은 ‘한국의 청년이 매퀸을 눌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씨는 2001년 영국으로 건너간 유학생이다. 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에 다니다 군 복무 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현지에서 대학부터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지난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RCA 졸업 작품으로 고안한 ‘접히는 플러그’가 대박을 낸 것이다. “가방에 노트북과 함께 가지고 다니는 전원 연결 장치 플러그가 너무 커 불편했어요. 노트북 표면에 흠집이 나고 서류가 구겨지기 일쑤였지요. 노트북은 점점 얇아지는데 왜 플러그는 그러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지요.”



최씨는 2008년 봄부터 1년 남짓 플러그 디자인에 매달렸다. 플러그를 전원에 꽂지 않을 때는 전원 연결 단자들을 90도 회전시켜 일렬로 정렬시키고, 몸체 부분을 접을 수 있는 새로운 플러그 견본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방에 넣을 때 1㎝ 두께로 변신하는 플러그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이 플러그 세 개를 동시에 꽂아 쓸 수 있는 새로운 멀티 탭까지 선보였다.



지난 3월 시상식장에서 심사위원장이자 영국의 유명 설치미술가 겸 조각가인 앤서니 곰리는 “창조적인 발상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치하했다. 영국 언론도 수백만 파운드(수십억원)를 당장 벌어 들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최씨는 영국 정부의 창업 자금을 받아 RCA 출신 친구 셋과 함께 ‘메이드 인 마인드’라는 회사를 차렸다. 플러그 대량 생산을 위한 안전성 검사도 마쳤다. 그는 내년 중에 노트북·휴대전화·스마트폰의 충전기용 플러그로 70만 개 이상 수요가 있을 걸로 예상했다. 휴대전화기 업체들이 대량 구매에 나설 조짐이다. 영국식 플러그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과거 제국주의 시대 영국 치하의 나라에서도 쓰인다.



최씨는 전화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창조는 의문을 품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창조의 실현은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끈질긴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창의력 못지않게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큰 히트를 친 영국 기업가 제임스 다이슨을 언급했다. “다이슨은 정확히 5216번의 시행착오 끝에 새 청소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30개 정도의 견본품을 만들면서도 숱한 좌절과 고통을 겪었답니다.”



그는 다음 작업으로 ‘접히는 여행가방’을 구상한다. 집 안에 보관하려면 자리를 많이 차지해 처치 곤란인 여행가방을 납작하게 접히도록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요. 아이디어나 영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꼭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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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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