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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한국 여성들이 피임약 꺼리는 까닭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60년 서얼(Searle)사가 신청한 세계 최초의 먹는 피임약 ‘에노비드’의 시판을 승인했다. 질병치료 외의 목적으로 개발된 첫 번째 약이 탄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50년이 흘렸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연간 약 1억 명의 여성이 복용한다. 월경주기법·질외 사정 등 자연피임, 콘돔에 이어 셋째로 널리 사용하는 피임법이다.



피임약은 전 세계 여성의 성·생식·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결혼·임신 시기의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여성의 교육과 사회진출 기회가 넓어졌다.



한국 여성이 피임약을 접한 것은 1963년 3월이다. 피임약(아나보라) 보급은 가족계획의 일환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여성은 대체로 피임약 복용을 꺼린다. 의약품 전문 조사기관인 IMS에 따르면 국내 가임 여성의 피임약 복용률은 2.2%에 불과하다. 2007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 평균 피임약 복용률(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4.8%)보다도 낮다.



낮은 피임약 복용률은 낙태율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낙태율은 1000명당 3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낙태가 합법화된 서유럽 국가 평균인 1000명당 12명, 미국의 21명보다 많은 숫자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싼 피임약의 복용을 왜 주저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음 다섯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피임약의 부작용이 부풀려져 있다.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불임·암·여드름 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비슷한 나이라면 피임약을 장기 복용한 여성과 미복용 여성 사이에서 임신능력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이지영 교수).



둘째, 1960∼80년대 고용량의 피임약을 복용해 ‘토하고 어지러운’ 증상을 경험했던 엄마 세대가 딸 세대에게 나쁜 선입견을 심어줬다. 그러나 요즘 피임약은 과거의 약보다 용량이 40~60%나 낮아 복용 후 1주만 지나면 대부분 적응한다.



셋째, 젊은 여성 상당수가 피임약 대신 응급(사후) 피임약을 선호한다. 그러나 응급 피임약의 피임 효과는 60~94%(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 시)로 피임약의 99%에 훨씬 못 미친다.



넷째, 학교·병원 등에서 피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에서 피임 상담을 진료행위로 인정하지 않아 시간을 쪼개 가며 피임 교육을 하는 의사는 드물다.



다섯째, 한국인의 성생활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성생활을 위해 피임약을 매일 복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피임약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보다 적절히 사용해 심신에 큰 상처를 남기는 낙태를 피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단, 피임약도 주성분이 여성호르몬인 호르몬제이니만큼 전문약으로 지정해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선 피임약은 일반약, 응급 피임약은 전문약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선 정반대로 분류하는 이유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피임약 권장이 저출산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 여성의 피임약 복용률은 30%에 달하지만 평균 자녀 수는 2명으로 우리(1.15명)보다 많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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