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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만난 CEO] 전광우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전광우(61)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금융센터 소장, 초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글로벌 금융 전문가답게 기금운용의 전문화와 다변화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엔 “장관급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자리로 간다”는 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국제 금융무대에서 한국 연기금의 위상을 높이기에 이만큼 중요한 자리가 없다”고 응수했다.



“주주권 행사는 주인 없는 상장사 가치 높이자는 것”

전 위원장은 취임 이후 국내외 주식투자와 해외 부동산·자원개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해 왔다. 주식 투자 확대에 발맞춰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할지도 연구했다. 아울러 전업 주부 등 임의 가입자에게 연금가입의 문턱을 낮춰 국민연금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서울 종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국제업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행사 방안’에 대해 상장사와 금융사들의 관심이 클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상장사의 경영권에 관여할 경우 정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예상되는데.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접근하는 ‘주주협의회’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KB금융 사태 등을 보면서 국민연금 외에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도 주인 없는 상장사의 경영 리스크에 대한 문제 의식을 부쩍 높이고 있다. 이들과 손잡고 기업의 장기 투자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 일상 경영 개입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주주협의회는 미국에서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미 시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제도다. 정부의 개입 소지를 차단할 추가 보완 장치는 계속 강구할 생각이다.”



- 그래도 정부가 정책협조 등의 명분으로 접근해 오면 어떻게 하나.



“국민연금은 정부가 돈을 넣은 ‘국부펀드’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의 돈이다. 기금의 투자원칙은 안정성과 수익성이 우선이며 그 다음이 공공성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위해 주식을 산다고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주식값이 싸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매수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시장도 안정되는 것이다. 정부 발주사업에 참여하더라고 적정 수익을 꼭 확보한다. 우리는 오직 경제적 판단에 기초해 투자한다. 정치적 판단은 끼어들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해외에서 자산운용을 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정부나 기업들이 국민연금을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생각하게 되면 현지 투자에 엄청난 저항과 규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캘퍼스 등 세계 굴지의 연기금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연기금들은 너무 많은 기업의 주식을 너무 많이 보유하기 때문에 투자 기업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곧바로 주식을 내다파는 방식으론 대응하기 힘들다. 주식은 팔리지 않고 주식값만 떨어질 따름이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현재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4%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상장사가 84개나 된다. 5년 뒤면 국내 주식 보유량이 100조원에 달해 시가총액의 10%에 육박하게 된다. 때문에 일단 포커스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영개선을 압박한 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주식을 순차적으로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상장사에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도 재계가 거부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크게 떨어져 주주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전문가 그룹의 사외이사 인력풀을 만들고 일정 지분 이상의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주인없는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주식투자와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데 불안감을 표시하는 국민도 많다.



“기금의 급팽창과 낮은 채권금리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300조원을 넘은 기금 규모는 2015년에 500조원을 돌파하고, 2040년에는 2400조원에 도달해 세계 최대의 연기금이 된다. 투자를 다변화하지 않고는 적정 수익을 내기 힘들다. 연간 수익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기금 고갈 시점이 9년 늦춰지고, 2%포인트 올라가면 영원히 고갈 걱정이 없어진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확실한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우량 랜드마크 빌딩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세계적으로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연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렇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연기금의 장기 수익도 올라간다. 국민연금은 SRI펀드에 약 2조원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고 있는데, 시장평균 대비 연평균 6%대의 높은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장기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할 것이다. 단기 배당에는 관심이 없다.”



-요즘 서울 강남의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이 들어와 연금 고갈을 재촉할 것이란 곱지 않은 시각도 있는데.



“강남의 비중이 좀 높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임의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전체 연금 덩치에 비해선 임의 가입 규모가 워낙 작아 연금고갈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다. 똑똑한 주부들이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당연 가입 계층 중 그동안 가입을 회피했던 사람들이 요즘 앞다퉈 연금에 들어오는 ‘낙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 밖에 “연금의 수익을 높이는 한편 투자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전문 운용 인력을 확충하고 처우도 개선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 전문가로서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일시적 경기회복 뒤의 재침체)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2~3년간 세계경제는 4% 안팎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식운용 수익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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