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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안함, 시비 우려해 유류품 아직 거두지 못해"

1. 함수 쪽 작전상황실. 깨진 레이더 스크린와 각종 계기판 곳곳에 백령도 바다밑 뻘이 남아 있다. 2.함수 쪽 보급창고. 음료수와 물·라면 등 보급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3.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함미 쪽 기관부 침실. 쇠줄에 걸려 있던 침상은 치워졌다. 평택=신인섭 기자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야적장. 두 동강 난 천안함이 장대비 속에서 붉은 녹을 더해 간다. 바로 옆 노천에는 천안함 장병들의 구명 동의와 노트북, 머그컵들이 여름 비와 먼지에 시달리며 제 빛을 잃어 간다. 22일로 피격 150일째. 천안함은 아직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사태 원인을 둘러싸고 사회가 깊게 갈라진 탓이다. 국방부는 벌써부터 천안함 내부와 유류품을 모두 정리하려 했지만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를 말하는 사회단체와 야당의 공세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방치돼 있다.

침몰 150일 내부 첫 취재, 현장은 진실을 말한다

중앙SUNDAY는 지난 16일 국방부 합동조사단과 이슈 토론을 한데 이어 18일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천안함 내부에 직접 들어가 봤다. 참사 현장을 살펴보며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길이 88m의 천안함은 두 동강 난 채 서 있다. 피격된 중앙 부분을 5층 높이 천막이 가리고 있지만 허리 끊어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 바닥 가운데 부분은 움푹 파인 채 찢어져 있고, 전깃줄과 철기둥 등이 사정없이 끊어지고 부러지고 휘어져 있다. 함미 쪽 격벽의 철판 기둥은 불에 데인 비닐처럼 동그랗게 말려 올라갔다. 배 바닥의 철판도 골격 사이로 파여 들어갔다. ‘디싱(dishing)현상’이라 불리는 워터 제트에 의한 간접 충격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임시 철제 사다리를 따라 함미 갑판 위로 올라섰다. 그간 장맛비가 사정없이 두들겼을 텐데 갑판 곳곳엔 아직 짙은 회색빛 뻘이 남아 있다. 백령도 앞 해저 45m의 그 뻘이다. 오른쪽 해치를 통해 안으로 들어서니 바로 사병 식당이다. 이상준 하사, 이상민 병장, 방일민 하사, 서대호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철제 테이블은 비교적 온전했지만 테이블에 연결된 철제 의자들은 심하게 휘었다. 뻘을 덮어쓴 채 문이 열린 음료수 자판기와 유리문이 깨진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나뒹군다. 교대근무를 마친 그들은 고향의 부모님과 형제·친구들을 얘기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사병 식당의 출입구를 넘으니 생지옥이다. 주조정실과 원ㆍ상사 식당이 있던 곳. 바닥이 1m 이상 치솟은 채 찢겨 나갔다. 재건축 현장의 부서진 폐가도 이보다 더 할 순 없다.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견된 바로 기관부 침실이다. 낮은 천장에 걸린 깨진 형광등과 찌그러진 캐비닛이 당시 충격을 말해 준다.

3월 26일 오후 9시30분 그날 밤 죽음을 목전에 둔 장병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일과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들은 ‘꽝’ 하는 폭음과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져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곤 계단 위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에 정신차린 것도 잠시, 쓰러진 캐비닛과 침상 사이를 비집고 아직 바닷물이 차지 않은 쪽으로 필사적으로 몰려갔을 것이다.

국방부 합조단에 따르면 함미는 앞쪽 부분부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무거운 가스터빈실과 디젤 기관실이 함미 앞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 뒤쪽이 바로 장병들의 침실과 휴게실이다. 해저 45m의 뻘밭 속 배 안, 젊은이들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 아직 겨우 남은 공기를 들이 쉬려고 필사의 몸짓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기관부 침실 뒤 통로를 따라가니 사병 화장실과 보수공작실이라고 쓰인 곳이다. 입구에 금 하나 가지 않은 깨끗한 거울이 나사 못 네 개에 의지해 걸려 있다. 바로 위쪽 형광등은 산산조각 났지만 거울은 신기하게 온전했다. 바로 옆 형광등도 말짱하다. 복도 천장 구석을 따라 난 덕트(공기통로)는 하나같이 안쪽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거대한 압력이 덕트 내부로 빠르게 빠져나간 흔적 같다.

함미를 빠져나와 함수로 올라갔다. 역시 바닥은 온통 뻘밭이다. 해수와 뻘을 빼내다 만 굵은 호스가 나뒹굴고 있다. 갑판 행정실엔 ‘3월 중 행사 및 계획’이라고 쓰인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다. 천안함 속의 시간은 당시로 멈춰 있다. 작전부 침실과 화장실 쪽 바닥은 칫솔과 볼펜, 깨어진 가습기, 빗, 샴푸 등으로 어지럽다. 누군가가 썼던 것들인데…. 마음이 또 무거워진다. 더 깊은 보급행정실 창고. 뻘을 덮어쓴 음료수와 물병으로 쓰레기장같다. 썩어가는 냄새가 가득하다.

바닥으로 난 해치의 손잡이를 돌리니 ‘끼익’ 소리가 난다. 함수 밑바닥 탄약고로 가는 통로다. 랜턴 빛에 의지해 수직 철제 계단을 내려가자 고인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탄약고에서 올라와 문득 행정실 옆 벽을 본다. 당시 모습의 장병들 사진이다. 벌써 여섯 달째 계속되는 천안함 논란. 그들은 알까. 색 바랜 사진 속 장병들의 얼굴의 표정이 갑자기 우울해 보인다.

동행한 국방부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항의가 있어 함 내를 청소하다가 말았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논란이 정리되는 대로 참사 현장을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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