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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제대로 검증 못해 당이 바로잡을 수밖에”

한나라당 홍준표(56·사진) 최고위원을 만난 건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있는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TV를 보고 있던 홍 최고위원이 “어서 와서 앉으라”며 자리를 권했다. TV에선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건은 특검하면 된다”는 본인의 아침 회의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어지는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의 멘트. “특검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홍 최고위원이 곧바로 쏘아붙였다. “절대는 중 담뱃대다. 절대는 무슨 절대야. 없는지 있는지는 까봐야 알지.”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보는 인사청문회

차명계좌, 특검으로 진검승부해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고 보나.
“말하지 않겠다. 내가 수사한 것도 아닌데 있다 없다 얘기할 수 없지 않나. (잠시 말을 끊다가)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지낸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있다고 얘기했다면 뭔가 근거가 있지 않았겠나. 그게 아니라면 즉시 파면감이고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 사안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인(死因)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 아니냐. 정치적 공방은 그만하고 진검승부를 위해 특검을 하자는 거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청문회에서 거짓말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온 정열을 다 바쳐 수사했는데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역사적 바보가 돼버렸지 않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강한 욕망이 있을 거다.”

-8·8 내각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내각에 흠이 있는 인사와 정치적 책임이 있는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유감이다. 아울러 청와대 검증시스템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이 문제인지 따져볼 때가 됐다. 생각해봐라. 친서민 정책을 편다고 해놓고선 쪽방촌 투기한 분을 장관 시킨다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겠나. 복수의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분들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해명이 안 될 경우 정부·여당에 부담 주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거다.”

‘쪽방촌 투기한 분’이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지칭한 것이다. 이 후보자 부인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의 부동산을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20일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집사람이 노후 대비용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장전입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엔 자녀교육과 아파트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이 별 범죄의식 없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총리서리가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이후 ‘한국사회에서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위장전입을 하면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생겼다. 지금 후보자들이 2002년 이후 위장전입을 했다면 고위 공직에 오를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 아니냐. 이인복 대법관도 2006년 위장전입을 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었던 거다. 이번 후보자들에게도 2002년 때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청와대가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못한 것 아닌가.
“이 정권 초기부터 늘 있어 왔던 문제였다. 그래서 팀을 보강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구나 이번엔 꽤 오랫동안 고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많은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다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 더 깨끗한 사람 구하기가 쉽겠나.
“(한숨을 내쉬며) 그러니까 당에서 바로잡아주는 수밖에 없다.”

-뭘,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건가. 한나라당은 거수기 정당이란 비판이 많다.
“그러니까 이번 청문회를 혹독하게 해서 당의 존재를 청와대와 정부에 알려야 한다. 당이 중심을 잡고, 부적절한 사람은 과감히 버리고 청와대가 다시 적절한 사람을 골라 오도록 해야 한다. 그게 이명박 정부가 사는 길이다.”

김태호, 총리 된 것만으로 잠룡 자격 있나
-권력다툼 논란이 일었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지식경제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정치적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차관으로 간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작은 권력투쟁이다. 사안의 본질은 나쁜 의미의 정치사찰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다. 고위 공직자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검찰·경찰에서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는 국가 의무상 당연하다. 문제의 출발점은 국무총리실에서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데 있다. 또 그 활동의 실무 책임자, 총리실 국무차장에 박영준이 있었다는 게 문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잘 아나.
“1년 전에 우연히 운동(골프)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레 형님·동생이 됐다.”

-총리 지명 후 5룡이니, 6룡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홍 최고위원은 잠룡군에서 빠져 있다.
“(미간이 좁아지더니) 나는 지금까지 대권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정치·행정 경험과 노련함, 경륜이 있어야 한다. 총리직 한번 수행했다고 그걸 두고 대권 잠룡이니,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김 후보자는 젊은 행정가고, 훌륭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을 맡기기엔 불안한 구석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선택을 했으니…. 어떻게 국무를 수행해갈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7·28 재·보선으로 재기한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와 여권의 실력자로 나란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누가 실력자인지는 국민 지지도가 판단해준다. 종국에 가서는 국민의 신망과 지지가 높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이쯤 해서 주제를 밖에서 안으로 돌렸다. 여권 핵심부의 권력암투 못지않게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도 그치지 않고 있어서다. 전당대회 끝난 지가 한 달이 넘었지만 ‘트러블 메이커 홍준표’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홍 최고위원이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많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을 바로잡는 방법을 새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그냥 아무 말 않고 따라가기만 하는 게 과연 좋은 처신인가. 그럼 결국 당은 망하게 된다.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정당하게 비판하는 걸 몽니라고 한다면 앞으론 입 딱 닫고 있겠다.”

-안상수 대표 체제를 너무 흔드는 건 아닌가.
“청와대가 (당을) 흔들지 않으면 나도 (안 대표를) 흔들 이유가 없다. 안 대표가 주위와 협의해서 당을 잘 꾸려가면 그 체제에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

-2위가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 아니냐, 1등의 지분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많다.
“(단호하게) 우리 당에 2위의 지분은 전혀 없다. 1위의 독식만 있을 뿐이다. 경선 때 나를 도와줬던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인사추천을 안 했다. 하지만 남은 당직인선 때는 1~2명 추천해볼까 생각 중이다.”

친서민, 이젠 ‘피플 프렌들리’로 갈 때
홍 최고위원은 최근 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주변에선 그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말 잘하는 홍준표’에서 ‘일 잘하는 홍준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도 계속 친서민을 얘기하는데.
“이 대통령이 1년 전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제창했는데 이후 실질적인 친서민 정책은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미소금융은 10% 집행실적밖에 없을 정도로 미미했고, 보금자리주택은 로또 주택정책이란 비판이 있으며, 학자금 대출제는 이자율이 너무 높아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다. 그래서 지난 전당대회 때 실질적인 서민대책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던 거다.”

-당·청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 건가.
“이 대통령이 국정 전반부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했다. 반기업 정서를 벗고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불가피했다. 이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피플 프렌들리’로 돌아갈 때다. 그래서 친서민 정책이 나온 거다. 청와대 정책실과 긴밀히 협의해 정책을 만들어낸 뒤 곧바로 정부에서 집행하도록 할 것이다. 제대로 안 하는 장관은 해임건의안도 내겠다. 당장 정기국회부터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거다.”

-우파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이다. 독재시절이 아닌 다음에야 대중의 지지 없이 어떻게 정치가 가능한가. 포퓰리즘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심하게 해치면 국가를 망치는 포퓰리즘일 게다. 하지만 다소 어려워도 대중이 원하면 따라가는 게 민주주의다. 오죽 답답했으면 우파 포퓰리즘이라도 해보자고 했겠나.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적어도 20년은 보수우파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 물론 여기엔 신보수운동이 뒤따라야 한다.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등은 보수의 본질적 가치가 아니다. 이런 것 없애고 깨끗하고 당당한 보수로 계속 집권하자는 거다.”

-일부 보수단체는 홍 최고위원이 빨갱이라고 비판한다.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대한민국 검사를 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서 말이다. 그런 나를 빨갱이로 몰면 그건 미친 사람들 주장이다. 한나라당에 진짜 좌파 출신, 굉장히 많다.”

-친서민이란 세 글자의 본질은 뭔가.
“(잠시 생각을 고르더니) 서민에겐 기회를, 부자에겐 자유를 주는 거다. 왜 외제 자동차 타고 골프 치러 해외 나가면 세무조사하나. 이건 국가의 공권력을 잘못 발동하는 거다. 독재시대의 나쁜 유산이다. 부자를 규제로부터 풀어줘야 한다. 대신 의무와 책임을 다하게 하면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말이다. 이와 동시에 신용불량자에게 어떻게 다시 한번 일어설 기회를 주느냐, 힘들게 사는 서민들을 어떻게 하면 취직시킬 수 있느냐, 생활터전은 어떻게 마련해 주느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거다. 이게 8·15 경축사에서 말한 ‘공정한 사회’다. 이렇게 정책을 세우면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 불만이 없다. 좌파정책이니, 우파정책이니 가릴 필요도 없다.”

조직하려면 큰돈 필요 … 난 잔돈밖에 없어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 서민정책에만 주력할 것이다. 한나라당 중진의원 가운데 친이·친박 모두에 부채 없이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마디 툭 던졌다. 꼭 2년 전 그를 인터뷰했을 때가 떠올라서다. “7월 전대에서 지고는 ‘앞으론 조직 좀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년 전 원내대표 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조직이 안 되는 건가.” 그의 대답은 솔직했다. “돈이 좀 없어서…. 큰돈이 필요한데 나는 잔돈밖에 없다(웃음).”
한발 더 나아갔다. “동료 의원들이 ‘인간 홍준표는 100점인데 리더, 조직 보스로서의 홍준표는 아직 모르겠다’더라.”

그는 ‘후흑론’을 얘기했다. “그렇잖아도 지난주 여름휴가 때 후흑론을 공부했다. 면후심흑(面厚心黑), 얼굴은 두텁고 마음은 검어야 제왕이 될 수 있다는데, 아이고 나는 그대로 하다간 병나겠더라. 당장 기분 나쁘면 얼굴에 딱 나타나잖아.”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대권 도전은 평생 못하겠다.” 그의 대답이 재밌다. “면후심흑한 사람들 상대해서 살아남는 법을 통달하면 되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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