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영혼에 산소를 공급하는 대한민국의 '지식 수도'

국립중앙도서관은 한 해 63만여 권의 책을 수집해 관리·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첨단 기술과 편리함을 갖춘 디지털도서관과 본관, 사서연수관, 자료보존관으로 돼 있다. 신동연 기자
지하철 3, 7, 9호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누에다리가 있는 서리풀공원 쪽으로 걸어서 10분. 공원 북쪽 능선 요지에 이 땅 최고의 문화 궁전이 있다. 그 문화 궁전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속의 지적 수도다. 이 나라와 세계의 역사가 쌓아온 지식과 문화의 총체를 저장해두고서 찾는 이들로 하여금 꿈을 설계하고 만들어가게 도와주는 곳이다.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10월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총독부도서관 건물과 장서를 그대로 인수해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했다. 47년 개인문고 제1호인 위창(葦滄:오세창)문고를 설치했다. 개인이나 단체가 발간한 도서·음반·DVD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납본제도는 65년부터 시행됐다. 74년 남산 어린이 회관으로 이전했다가 88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 ‘반포동 시대’를 열었다.

사색이 머무는 공간 <43>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인류 문명사의 편린과 기억들이라 할 책과 각종 음향·영상물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외국인이라도 교통비와 식비만 가지고 가면 이 편리한 지식의 백화점에서 마음껏 지적 자산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각·청각 장애인은 좀 더 세심한 배려를 받는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서초역·교대역에서 약속된 시간에 도서관 직원이 택시로 모셔가기 때문이다. 교통비는 도서관 측이 부담한다.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장애인 정보누리터에 도착하면 책 읽어주는 자원봉사자가 3시간 동안 대면 낭독을 해준다. 물론 연장도 가능하다. 이용이 끝나면 지하철역으로 다시 데려다 주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읽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국립중앙도서관은 가히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시각·청각 장애인에겐 맞춤형 서비스
소규모 세미나실,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나 영상콘텐트 제작 시설, 음향 스튜디오도 무료로 제공한다. 직장인의 경우 퇴근하고도 정보봉사실에서 오후 10시까지 도서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이 강남인 Y씨는 술 약속을 자제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퇴근하자마자 북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미리 주문해둔 책을 찾아 독서를 한다. 주차는 2시간까지 무료이고 종일 주차는 7000원이다.

“단지 책을 빌려 읽으려고 도서관에 오는 건 아닙니다. 도서관을 찾는 건 내 삶의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일과 세상사에 묻혀 허덕이는 소시민이지만 한 달에 몇 번이라도 내 영혼에 불을 밝히거나 산소 공급을 해주려고 찾는 거예요.” 40대인 Y씨의 말은 도서관이 책,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문화공간임을 뜻한다. 선진국에서는 집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도서관이다. 도서관 이용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머잖아 그렇게 될 것 같다. 도서관 프리미엄, 상상만 해도 유쾌한 문화선진국 풍조다.

1.영상물을 촬영·제작할 수 있게 카메라와 편집기 등을 갖춘 영상스튜디오. 2. 디지털도서관 열람실. DB콘텐트나 온라인콘텐트를 검색·열람·인쇄할 수 있다. 3. 지하 5층 서고. 귀중한 자료들이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4.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책장에는 조선총독부도서관 도장이 찍혀있다. 5.일일 사서를 체험하는 김종록 작가가 18일 서지정보센터 추진단에서 새로 수집한 자료의 분류·목록을 사서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세계적인 도서관들은 저마다 귀중한 자료를 소장하고 우아한 건축물로 도시의 이정표 구실을 한다. 첨단시설과 편의성을 갖춘 우리나라 국가대표 디지털 도서관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 전체의 수나 규모, 내용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모두 739개 관이지만 일본은 3000개 관, 독일은 8000개 관이 넘는다. 미국은 1만2000개의 맥도날드 가게보다 4000개나 더 많은 공공도서관이 있다. 소장 자료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빈약하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자료에다 국회도서관 소장 자료 293만 책을 합쳐도 미국 의회도서관 한 곳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직원이 5000명에 달하는 미국 의회도서관은 1억4000만 책이 넘는다. 2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도서관은 “지구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더라도 미국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 문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우리 도서관의 역사가 고작 65년밖에 되지 않지만 인쇄문화와 전통적인 장서문화의 역사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보물 '석보상절'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동의보감'을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2001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책은 구한말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를 지낸 플랑시가 정식으로 구매한 것으로 몇 단계를 거쳐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책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가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82) 박사다.

구한말 국가체제가 혼란한 틈에 안타깝게도 무수한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됐다. 현재 프랑스 정부와 반환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 '의궤'는 물론 '직지'도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문화재다. 다행히 한 사서의 집념으로 100년 만에 '직지'가 그 존재 가치를 자리매김하게 됐다. '직지' 대모로 통하는 박 박사는 우리의 문화영웅이다.인터넷 서비스 ‘사서에게 물어 보세요’를 통하면 정보자원이나 도서관 소장 자료에 관한 궁금증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노자·정약용·마오쩌둥, 도서관이 키웠다
도가의 창시자 노자(老子)는 중국 주나라 국립도서관에서 수석사서를 지냈다. 실학자 정약용과 박제가·유득공·이덕무 역시 오늘날 사서에 해당하는 규장각 검서관(檢書官)을 지냈다. 정약용은 규장각 도서를 참고로 기중기를 만들어 화성 축성 공사비를 줄였다. 사서에 얽힌 에피소드는 동서양의 도서관마다 즐비하다. 조지 W 부시는 사서 출신 로라 여사를 만나 대통령이 된 행운의 ‘텍사스 카우보이’다. 로라는 부시에게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교제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마오쩌둥은 베이징대 도서관이 키운 인물이다. 청년 시절 마오는 베이징대 도서관에서 사서보조로 일했다. 도서관의 많은 책을 탐독하며 사상을 정립한 그는 중국천하를 거머쥔다.

“도서관은 인생입니다. 어릴 적부터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공부해서 도서관학과를 나왔고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지요. 정년 퇴임한 뒤에도 도서관 근처에 살면서 봉사할 거예요.” 홍보담당 조재순(44) 사서의 표정은 맑고 차분하다. 다른 사서들의 표정 역시 그랬다. 참으로 행복한 일터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문득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는 것만 같은 도서관이라는 데를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가슴 벅참과 아득한 현기증이 떠올랐다. 아무 책이건 마음껏 뽑아 볼 수 있는 개가식 서가 앞에서 보았던 세상으로 열린 무수한 길들…. 쪼그려 앉아 펼쳐든 작은 종잇장 사이에 어른들이 간섭하지 못하는 독립된 나라가 있었다.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을 추적해 들어가자면 숨이 가빠지고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곤 했다. 이제 책과 멀어져 바람 부는 세상의 한복판에 선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야 국가 경쟁력이 커집니다. 우리 도서관은 가끔 세상 밖으로 나갑니다. 인문학 책 저자와 독자가 현장을 찾아가서 인생을 이야기하죠.” 강봉석(56) 기획연수부장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도서관의 미래를 본다고 했다.200년 역사의 미국 의회도서관 제임스 빌링턴은 현재 13대 관장이다. 관장의 재임 기간이 평균 16년이다. 지난 4일 인터뷰를 했던 모철민(52·사진) 관장은 그 사이 문화부 제1차관으로 승진해 떠났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 65년 역사에서 제36대 관장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2세는 무덤 옆방에 지성소(至聖所)를 두고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얹어두었답니다. 영혼이 책을 보면서 쉴 수 있는 ‘영혼의 요양소’, 곧 개인 도서관이지요. 감동적이더군요. 그럴진대 살아 있는 동안의 우리에게는 얼마나 도서관이 필요하겠습니까. 도서관에 나라의 미래가 있습니다. 책 읽는 국민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모 차관은 도서관 체험이야말로 그 여운이 길게 남는 고품격 문화 충격이라고 했다.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