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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유랑 민족인 집시는 기원이 불분명하다. 중세 때 인도에서 중동과 유럽으로 이동한 것으로 짐작만 한다. 통합된 조직도 없이 몇몇 가족이 무리 지어 떠돌아다니는 특성상 역사나 기원은 구전으로나 희미하게 전해질 뿐이다. 집시라는 영어 이름도 이들이 이집트에서 왔다는 오해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자신을 ‘로마(Roma)’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유럽 매체에선 이들을 로마로 부르는 게 보편화했다.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소수집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인식이 언어를 바꾼 셈이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사실 로마들은 불결한 범죄 집단 취급을 당하면서 끝없이 차별받아 왔다. 심지어 나치는 이들을 말살하려고 했다. 학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3만 명에서 최다 150만 명이 나치 강제수용소나 처형장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선 생체실험용으로 희생되기도 했다. 주민들의 증오범죄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언어학 교수로 로마 연구가인 이언 핸콕은 이를 ‘파라이모스’라고 부른다. 일부 로마 집단의 언어로 ‘괴롭힘’이라는 뜻이다. 핸콕 교수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전에 83만3000여 명이던 유럽 로마 가운데 19만5000여 명이 학살됐다. 룩셈부르크·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서는 아예 절멸됐다. 프랑스에서도 4만여 명 가운데 1만4000여 명이 피살됐다.

그럼에도 전후 희생자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희생자 통계가 심하게 들쑥날쑥 하는 이유다. 책임 인정이나 보상, 사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내에서도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 헤브루대의 홀로코스트 연구가인 예후다 바우어 교수는 이들이 현지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문화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게 됐다고 지적한다. 굳이 해명하자면 위생상태가 나빠 보이지만 큰 질병을 옮긴 적은 없다. 일부가 도둑질을 하지만, 그건 어느 사회에서도 있는 범죄다. 게다가 상당수는 공연 등으로 정당하게 먹고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민자 폭동 대책으로 300여 개에 이르는 로마 집단거주 캠프촌을 폐쇄하고 상당수를 이전에 거주하던 나라로 쫓아내기로 했다. 로마들은 폭동과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현상의 부활일 수 있다고 보고 긴장한다.

로마에 대한 탄압과 추방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배경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도미노 식으로 다른 집단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유대인과 로마의 씨를 말리려고 했던 나치는 성적 소수자, 신체장애인과 정신지체장애인, 좌파 정치인, 노동조합 활동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자기와 혈통이나 생각·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음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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