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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통일대기 대회 참가한 울산과학대팀과 1박2일 동행 취재

국가대표인 울산과학대 골키퍼 문소리가 18일 여주대와의 경기에서 골킥을 차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여자축구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3위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면서 여자축구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졌다.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축구를 어떻게 시작했을까. 대회에 나가면 어떻게 생활할까.



[여자축구가 궁금해요]
역전패 당한 뒤 속 뒤집힌 그녀들 이긴 팀 친구들 보기 싫어 목욕탕도 안 갔다

때마침 통일대기 여자축구대회(18~26일)가 강원 강릉시에서 열렸다. 18일 낮부터 울산과학대 여자축구팀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했다. 울산과학대는 U-20 대표팀 주전 골키퍼 문소리와 수비수 정영아, 공격수 권은솜 등이 포진한 팀이다.



#경기가 열리기 전-모텔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회 첫날인 18일 오후 1시. 경포대 근처의 한 모텔 201호에 울산과학대 선수 23명이 모였다. 오후 3시 여주대와의 첫 경기를 앞둔 팀 미팅이다. 모텔방이 비좁아 선수들의 어깨와 어깨가 부딪혔다. 신발장도 슬리퍼 23켤레를 담기엔 턱없이 작다. 할 수 없이 방문을 열어둔 채 미팅을 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문구가 가득한 문소리의 훈련 노트.
미팅이 끝나고 팀 버스로 경기장인 강남체육공원 축구장으로 향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얼음주머니와 공주머니·음료수를 옮기는 건 1학년 몫이다. 1시간 뒤면 킥오프인데. 뜨거운 햇볕과 숨을 곳 없는 그라운드. 선수들의 몸은 타들어가는 듯하다. 선수들은 “미친 날씨”라고 수군대면서도 “원래 여자축구대회가 열리는 곳은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에 대낮에 경기를 한다. 이런 날씨에서 많이 해봐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경기장에 라커룸도 없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들고 화장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럼 작전 회의는 어디서. 가설 천막 아래에서 한다. 남자 축구대회와 달리 관중석을 찾은 선수 부모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광지 울산과학대 감독은 “여자팀에는 부모가 지방 대회를 따라다닐 만큼 집안 형편이 좋은 선수가 많지 않다. 아직도 부모들은 딸이 축구 선수를 한다고 하면 반대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경기가 끝난 뒤-지면 친구도 보기 싫어



19일 경포호변을 달리며 회복 훈련을 하고 있는 울산과학대 선수들.
이날 울산과학대는 여주대에 2-3으로 역전패했다. 모텔로 돌아가는 길, 버스가 숙소 근처 공동목욕탕 앞에서 섰다. 경기장에 샤워 시설이 없어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공동 목욕탕에서 샤워를 한다. 문소리와 권은솜은 버스에 그대로 앉아 있다. “왜 내리지 않느냐”고 묻자 “지금 목욕탕 가면 여주대 애들 마주친다. 오늘 골 넣은 (이)현영이와 (김)나래(이상 여주대)는 U-20팀에서도 친한데 ‘우리 골 넣을 때 너희는 가만히 있더라’ 같은 농담 할 거다. 듣기 싫다”고 했다.



골을 내준 게 다 골키퍼인 제 탓인 것만 같았던 저녁 내내 문소리는 말이 없었다. 그는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에 팀 동료 손현주·장아리와 경포해수욕장 부근에서 콜라를 마셨다. 그는 “평상시엔 콜라도 금기지만 경기 후에는 한 잔씩 마시기도 한다. 축구 하면서 제일 힘든 건 역시 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음 경기를 위해 4인1실로 흩어져 깊은 잠에 빠진다.



숙소에서 모처럼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는 선수들. [김민규 기자]
다음날인 19일 아침, 회복 훈련에 나서는 선수들은 언제 졌느냐는 듯 밝다. 권은솜은 “졌다고 우울해 하면 다음 경기 못한다. 진 날은 슬퍼도 다음날부터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을 끌어 올린다”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MP3 노래의 볼륨을 높였다. ‘함께 더 잘하자’는 주문인 듯 가수 세븐의 최신곡 ‘베터 투게더(Better Together)’였다.



문소리는 “긴장감에 지치고 질 때마다 패배감에 젖으면서도 축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겼을 때의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언젠가, 내 손녀의 손녀가 축구를 할 때가 될진 모르지만 여자축구가 남자축구만큼 대접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강릉=온누리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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