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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 김학민 전 충남테크노파크원장

김학민(50)순천향대 교수는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사직 후 더 바빠졌다. 지난 10일 오전 인터뷰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문자메시지가 답장으로 왔다. ‘회의 중,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오후 7시가 돼서야 연락이 왔다.



“나는 정말 복 많은 사람이에요”

김학민 순천향대 교수가 연구실로 돌아온지는 한달도 채 안 된다. 그는 충남테크노파크원장으로 3년간 많은 일을 해 보람을 느끼지만 대학 연구실로 돌아오니 포근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이날은 지식경제부의 지역산업 틀을 바꾸기 위한 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R&D시설, 연구인력, 지원기관 등 각 방면으로 지역별 산업 전략을 새로 짜는 자리다. 또 김 교수는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테크노파크를 수출하는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로 돌아왔다. 연구실에서 만난 그의 손엔 가을학기 강의에 사용할 영어 원서가 들려 있었다. “이 책(『2020 Work Place』)은 미국 유명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최근 쓴 것인데 10년 후 변화될 직업의 형태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직업 세계를 소개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5급 사무관 공무원을 행정고시로는 절반만 뽑고 나머지는 해당분야 능력자를 선발해 쓰겠다는 발표가 있어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 교수는 3년간 충남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있으면서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걸 큰 수확으로 여긴다. 첨단산업과 관련국내외 인사들을 만날 수있는 자리였다. 그는 “나는 원래 사람 복이 많은 것 같다”며 미 유학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세계적 석학을 지도교수로



김학민 교수(오른쪽)가 1994년 택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브라이언 베리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학민 교수 제공]
김 교수는 미 달라스에 있는 텍사스주립대학에서 학사(3학년 편입)·석사·박사 학위를 땄다. 석·박사 지도교수가 경제지리학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베리(76)교수다. “나에겐 인생의 멘토같은 분으로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베리 교수는 원래 하버드대학에 있었는데 김 교수가 석사과정에 갔을 때 텍사스대로 옮겨와 있었다. 지역경제정책을 전공하려던 그에게 더 없는 행운이었다. 김 교수는 “미 동부 대학의 대학원에 가려 했으나 학비가 비싸 고민하고 있었는데 큰 행운이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가 유학시절 재미있는(?) 얘기를 털어놨다. “텍사스대에 한국학생이 30여 명 있었다. 모두 ‘SKY대학’출신이었다. 그런데 나는 당시 이름도 생소한 지방의 순천향대에서 유학을 온 것이다. 모두들 내가 돈 많은 집 아들로 놀러 왔거니 생각했다.”



당시 김 교수의 부모는 고향 예산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었다. 유학비용을 댈 처지가 못 됐다. 그는 빌딩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실내온도 50~60도를 오르내리는 냉방 꺼진 빌딩 안에서 하루종일 쓸고 닦았다.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게 느껴졌다. 바깥 기온이 섭씨 40도였는데. 이 경험은 후일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러니 일단 주위에서 재벌 집 아들이란 얘가 쑥 들어갔다. 대신 돈 벌러온 불법체류자란 얘기가 돌았다.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부모님께 간곡한 편지를 썼다. ‘공부하러 왔는데 돈을 벌려니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한 학기만 학비를 대주시면 다음 학기 꼭 장학금을 타 보답하겠습니다.’



‘향토장학금’이 왔다. 일을 관두고 ‘코피 터지게’ 공부했다. 잠 자다가 식당 일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 공부했다. 결과는 학점 ‘all A’. “놀러 왔다” “돈 벌러왔다”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그는 학부를 우등 졸업하고 석사는 1년 만에, 박사는 4년만에 끝냈다. 김 교수는 “돈이 없어 미국 체류기간을 줄여야 했다. 방학도 없이 학점을 땄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 베리교수가 그의 학업을 꾸준히 격려한 덕분이다.



귀국후 지역 정치·경제 관심



그는 1995년 순천향대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이 해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는 첫 해였다. 부임하자마자 지역 교수들과 함께 ‘충남포럼’을 만들어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미국에서의 선거 취재 경험을 토대로 신참교수가 지역 정치일꾼을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텍사스 교민 라디오 방송의 논설위원직을 2년간 지냈다. 당시는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 선거전에 나섰을 때였다. 휴스턴 공화당 전당대회에 가서 취재도 직접 했다. “교민들에게 미국 정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그 덕에 미국 정치판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충남테크노파크 설립 주역이다. 미국에서 본 산학(産學) 협력 체제가 모태가 됐다. 달라스 텍사스대는 기업(Texas Instruments)이 돈을 대고 실리콘밸리를 만든 프레드릭 터먼 교수가 설계해 1960년대 설립됐다. 스탠퍼드의 리서치파크가 확장된 형태로 400여만㎡ 부지의 반은 대학, 나머지는 기업 연구소가 들어선 시너지파크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테크노파크가 충남에서 시작하는 데는 김 교수 역할이 컸다. “당시 황희융 호서대 교수, 최민호 충남도 지역경제국장, 박한규 충남도 개발정책심의관 등과 함께 지역 경제를 일으킬 산학융합 모델을 만들려 탄생시킨 게 테크노파크(TP)다.”



CTP 혁신의 놀라운 성과



“충남테크노파크(CTP)의 자세 전환이 절실했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권력기관으로 기업에 시혜를 베푸는 곳이 아니다. 창업 기업에 서비스하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김 교수 등이 처음 테크노파크를 구상할 땐 정부·대학·지자체·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지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꿈꿨다.



수요일엔 전문가를 초빙한 간부 교육, 금요일엔 자체 과제 토론 등 강행군으로 직원들을 ‘재무장’시켰다. 서비스를 표준화해 메뉴얼화했다. 그 결과 충남 공공기관으로선 첫 서비스품질 인증을 받았다. 직원들 평가도 성과 및 학습 카드를 만들어 공정하게 처리했다.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투자가 몰리고 입주기업이 늘어났다. 입주기업 매출도 놀랍게 뻗어났다. 기업이 커지니 고용은 자연히 늘어났다.



스타기업이 속출했다. 2002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치를 개발한 디바이스이엔지는 현재 연매출 200억원 규모로 1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3년 뒤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존 영상의 3D영상으로 전환하는 획기적 기술을 가진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가 CTP에 입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5월엔 “3D 콘텐트 개발로 고용을 크게 늘리겠다”는 그의 말에 이명박 대통령이 각료들과 청와대 수석들을 데리고 충남테크노파크를 들러 3D 사업장을 둘러봤다. 곧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3D산업 콘텐트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 등 IT산업이 충북의 BI산업 등과 융합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도 그래서 꼭 필요하다. “자동차에 타면 내 건강 상태가 자동으로 체크되고, 조수석 유리창에 오늘 할 일이 디스플레이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우리가 열어가야 한다.”






김학민 교수 약력



· 예산 출생

· 천안고(22회)

· 순천향대 영어영문학과

· 미 텍사스대 학사(정부학)

석사·박사(경제개발정책)

·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1995.3~ 현재)

· 베이징대 경제학과 방문교수(2005.9~2006.8)

· 충남테크노파크 원장(2007.7~2010.7)






김학민 ‘충남테크노파크 3년’



· 투자유치 1359억원(5000만원)

· 입주기업 매출 4500억원(630억원)

· 입주기업 132개(81개)

· 입주율 99%(65%)

· 고용창출 2000여 명(651명)

· 졸업 기업 54개

· 기술 이전 42건

· 벤처자금 유치 560억원(없음)

· 재정자립화율 143%(65%)



※ 자료=충남테크노파크, ( )는 2006년 수치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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