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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⑨ 서울 방학동~우이동

한적한 국도 걷듯, 그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산과 물과 묘·묘·묘 … 여름을 보내는 ‘오싹한 길’

서울 방학동에서 우이동으로 통하는 방학로. 그 자체로 시원한 길이지만 저녁 어스름에 걸으면 오싹한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김상선 기자]
이번엔 여름철 마지막 ‘도심 트레킹’ 명소를 소개하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납량특집으로 준비했다. 서울의 가장 북쪽, 북한산·도봉산 아랫마을의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이다. 졸졸졸 흐르는 개천과 영험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인근에 조선시대 왕족과 양반의 무덤이 많은 곳이어서 귀신을 봤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코스는 도봉구 방학동에서 강북구 우이동까지다. 산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서인지 날씨가 변덕스럽다. 우산 하나쯤은 챙겨가는 게 좋다. 일단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앞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창동역에서 130·1119·1128 번 버스를 타고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정류소에서 내린다. 정류소에서 보이는 몽테도르 과자점과 옥토 야채·과일 상점 사잇길로 접어들면 아파트 단지 사잇길로 통한다. 이 길엔 꽤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해 한적한 느낌이 든다. 250m 정도 걸으면 ‘발바닥공원’과 만난다. 방학동 아파트단지를 가로지르는, 남미국가 칠레처럼 길쭉하게 생긴 공원이다. 특징적이고 아름다운 공원은 아니지만 아파트 뒤쪽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연산군묘 옆 방학동 은행나무. 추정 수령은 800~1000년, 서울특별시 지정보호수 제1호다. [김상선 기자]
공원 안에 있는 정자에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부채질을 하고,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 틈새로 가만히 들어보면 물소리가 난다. 방학천이다. 폭이 작은 개울 정도다. 정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붉게 포장된 산책로를 걷는다. 연못과 지압보도를 지나 500m를 지나면 방학3동 주민센터 뒤로 빠져나와 도로와 만난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왼쪽으로 꺾어서 50m쯤 걸으면 나오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방학3동 치안센터를 지나 나오는 갈림길에선 오른편으로 간다. 400m쯤 걸으면 편의점이 나오고 이를 지나쳐 100m를 더 걸으면 또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을 택해 50m를 더 걸으면 하나자동차공업사가 있는데 그 앞 전봇대에 ‘연산군묘’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연산군·정의공주 … 조선시대 무덤 즐비



여기까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길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일단 연산군묘 쪽으로 접어든다. 50m 앞 거대한 은행나무가 보이고, 그 오른쪽에 연산군묘가 있다. ‘방학동 은행나무’라고 하는데 높이 24m에 둘레가 10m쯤 되는 1000년 묵은 고목이다. 둘레에 나무데크로 걷는 길이 조성돼 있다. 세월을 견디며 굵어온 힘줄 같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쳐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나무는 국가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불이 난다고 한다. 옆쪽으로 원당샘이 있다. 600여 년 전 만든 우물이라고 한다. 물이 졸졸 흘러 기다란 돌그릇 안에 고인다. 바로 위 나무 지붕에 ‘무속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의 표지가 붙어 있다. 영험한 고목과 신기어린 샘, 심상찮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연산군묘는 방명록에 이름·주소를 쓰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두 차례 사화를 겪고 강화도로 유배돼 최후를 맞은 불운한 왕의 무덤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다시 들어왔던 길로 빠져나와 하나자동차공업사를 끼고 왼쪽으로 빠져나오면 얼마 안 가 2차선 도로 ‘방학로’에 닿는다. 건너편 정의공주·양효안공 묘가 보인다. 강북구 우이동 방향인 왼쪽으로 걷는다. 산자락이라 그런지 길의 양옆으로 우거진 수풀이 싱싱한 기운을 내뿜는다.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산바람도 시원했다. 인도는 왼쪽편만 조성돼 있다. 경계울타리가 쳐진 보도 아래로 방학천의 끝자락이 흐르고 있었다. 건너편은 식당·조경업체 등이 줄지어 있다.



마치 국도변을 걷는 듯했다. 300m쯤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니 멀리 북한산 바위봉우리가 보였다. 탁 트인 광경, 내딛는 다리에 힘이 실렸다. 방학동에 산다는 윤주한(37)씨를 만났다. 기자가 “산세가 그윽한 국도변 같은 길”이라며 말을 건넸다. 윤씨는 “그렇긴 한데…”라며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인도가 없는 저쪽편 뒤로는 조선시대 왕족·귀족들의 무덤이 많아요. 그래서 귀신이 나온다며 이곳 토박이들은 오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또 “한 택시기사는 이 근방을 지나다가 귀신을 실제로 본 적도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쨍쨍한 오후 무렵이었지만 귀 뒤가 서늘해지고 머리털이 곤두섰다.



이 길은 정의공주묘 앞에서 시작해 강북구 견인차량보관소까지 1㎞가 조금 넘는다. 방학천의 끝과 우이천의 시작점이 만나는 곳이다. 산과 물 그리고 그늘까지, 거기다 귀신을 본 사람도 있단다. 내려오는 길 선선한 산바람 때문인지 땀이 조금 식어 있었다. 우이동 도선사입구 정류장에서 지하철 4호선 수유역·창동역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선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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