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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8 │ 에코레일자전거열차

지난 14일 오전 7시40분 서울역, 생소한 외형의 열차 한 대가 스르르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유선형의 KTX와는 사뭇 다른 박스형의 기관차, 그 뒤로 연결된 객차의 외벽은 온통 ‘자전거 타는 풍경’으로 색칠돼 있었다.



열차에서 내린 자전거들이 금강변으로 내달렸다

코레일(KORAIL)에서 4월부터 운행하고 있는 에코레일자전거열차다. 국내 최초로 운영되는 자전거 전용 특별열차로 객차 외에 4량의 자전거 짐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자전거열차 상품은 매월 두 차례 충북 옥천과 전남 곡성으로 떠난다.



이날 행선지는 충북 옥천, 서울역에서 8시에 출발 10시30분쯤 옥천역에 도착한다. 금강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 라이딩을 즐긴 후 오후 9시 서울역으로 되돌아온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무궁화호 개조한 열차, 8량 중 4량이 자전거용 짐칸



옥천역에서 에코레일자전거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있는 참가자들. [김상선 기자]
기차가 들어오고 10분 뒤, 서울역 광장에 집결한 100여 명의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끌고 롯데마트 주차장 왼편 차량 출입구를 통해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평소에는 VIP 차량이 드나드는 특별한 통로라고 한다. 플랫폼까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자전거 또한 엄연한 차이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일은 어렵지 않다. 4량의 짐칸에는 자전거 전용 거치대가 마련돼 있는데, 자전거를 세워 안장 부분을 거치대에 살짝 올려놓기만 하면 주차가 완료된다.



자전거를 싣고 자리에 앉은 라이더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기차 여행의 코드는 낭만이다. 거기에 자전거라는 낭만을 얹어 실었으니 만면에 웃음이 가득할 수밖에. 아들과 아들 친구 둘을 대동하고 온 목용강(45)씨는 “아들이 사춘기라 같이 보낼 시간이 부족한데, 오늘 부자간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헬멧·장갑도 없이 반바지 트레이닝 복장에 저렴한 생활자전거를 끌고 나온 대학 1년생 박근남·이고혁·김준섭군은 마치 무전여행을 떠나는 학생 차림이다. “그 자전거로 완주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안 그래도 어제 한강 근처에서 50㎞ 정도 훈련하고 왔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또한, 이날의 최연소 라이더 박소연(8)양은 본인의 체구만큼이나 깜찍한 핑크색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그러나 평소 MTB를 즐기는 엄마·아빠와 함께 꾸준히 자전거를 탄 관록 있는 라이더, 역시 “걱정 말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영등포·용산역에서 각각 10여 명의 라이더를 더 태운 뒤, 쏜살같이 내달렸다. 총 8량의 자전거열차는 예전 무궁화호를 개조한 것인데, KTX 내부와는 확연히 다른 친근한 공기가 배어 있다. 일단 좌석 사이가 넓고, 앞뒤 좌석을 돌려 마주보고 앉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사람이 많지 않은 특별열차라 간식거리를 팔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기차가 대전 부근에 왔을 때, 갑자기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차창 밖을 때리는 세찬 빗방울 때문이다. 현장 인솔 책임을 맡은 홍병희(48) 대장은 “비가 이 정도 오면 자전거 타기가 어려운데…”라며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서둘러 옥천군청 직원에게 전화해 “비옷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낙오자가 있을 것에 대비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트럭도 필요하다”며 미리 대책을 마련했다.



옥천역 하차, 아스팔트길·흙길 섞인 쉬운 53㎞ 코스로



수십명의 라이더가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길을 달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10시30분, 옥천역 앞 광장에 자전거 120여 대가 일제히 정렬했다. 그리고 역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라이더들은 37번 국도를 따라 장계휴양지를 향해 내달렸다. 옥천군 금강 자전거코스는 총 53㎞, 초급자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구간이다. 시인 정지용 생가가 있는 장계휴양지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해발고도 400m 남짓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이후부터는 10㎞ 내리막길, 5㎞의 비포장 흙길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금강 변을 따라 금강휴게소를 거쳐 옥천 시내로 들어온다. 주말마다 MTB를 즐기는 동호인에게는 ‘초급 중의 초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운동 삼아 짬짬이 한강에서 라이딩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 코스, 그리고 평소 자전거와 담 쌓고 산 사람에게는 ‘무한도전’에 가깝다. 코레일관광개발의 강호선(27)씨는 “도전에 초점을 둔 사람들이 늘 있다”며 그래서 “매번 한두 명의 낙오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짐칸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다. [김상선 기자]
기자도 직접 자전거를 끌고 대열에 합류했다. 출발과 동시에 빗방울이 방수 재킷을 때렸다. 황병희 대장은 “비가 오는 날은 장비 단속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며 특히 “헬멧과 장갑, 보온 의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위험한 구간이나 갈림길에는 경찰들이 나와 있어 다행이었다. 장계관광지까지 약 1시간, 줄곧 오르막을 달려왔더니 아랫도리가 후들거렸다. 초급 라이더, 대학생 박근남군은 “빗물이 다디달다”고 말할 만큼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다. 급기야 초등생 참가자 두세 명은 트럭에 태워졌고,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미니벨로(작은 바퀴의 자전거)를 탄 커플도 트럭 신세를 졌다. 비 때문에 평소보다 더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코레일에서 준비한 도시락이 지급되자 참가자들은 어느 정도 생기를 되찾았다.



이후부터는 대체로 내리막이다. 금강 둑 바로 옆으로 난 흙길 5㎞는 이날 라이딩의 압권이었다. 차 없는 황톳길은 자전거 천국. 맘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빗방울은 더욱 굵어져 세찬 빗방울이 고글을 때리고, 앞에서 달리는 자전거 뒷바퀴가 뿜어내는 물줄기가 시야를 가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단체 라이딩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히려 내리는 비는 수랭식 냉각 기관 역할을 했다. 페달을 밟느라 데워진 몸을 서늘하게 훑고 내려갔다. 비포장도로를 끝내고 나니,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쳤다. 잠시 휴식 시간, 다들 흙탕물에 옷이 흠뻑 젖었지만 “정말 색다른 라이딩을 했다”며 환호했다. 짜증 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동호회원들이 비를 피해 옥천 향토문화관앞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후 4시쯤, 옥천 시내에 도착한 라이더들은 읍내 목욕탕에서 다시 만났다. 라이딩 후 땀에 전 몸을 담그는 시간은 꿀맛이었다. 탕에서 만난 중학생 문기정(14)군은 아빠와 함께 생활자전거를 끌고 코스를 완주했다. 문군에게 이날은 “아빠와 함께 한 무한도전”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아빠에게 “MTB를 사 달라”고 졸랐다.






자전거동호회원들이 옥천지역을 관통하는 금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옥천군은 MTB 자전거 코스를 개발해 동호회원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김상선 기자]
이용 정보 에코레일자전거열차는 한 달에 2회 운행되며, 지금까지 약 2000여 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이용했다. 충북 옥천·전남 곡성 코스 모두 초급자들이 도전해볼 만한 쉬운 구간이다. 곡성 자전거열차는 오전 7시 출발해 11시 곡성역에 도착한 다음, 섬진강변을 달린 후 11시쯤 서울역으로 되돌아온다. 자전거열차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소유한 초급자 이상의 라이더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자전거의 종류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악자전거는 물론 로드바이크(포장도로 전용), 미니벨로, 생활자전거 모두 가능하다. 물론, 안전을 생각한다면 어떤 길이든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 점심으로 제공되는 도시락은 여행상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행자보험은 들어있지 않아 원할 경우 개별적으로 들어야 한다. 옥천·곡성 자전거열차 상품 모두 5만원. 승차권은 코레일 관광개발 홈페이지(www.korailtravel.com)나 전화(1544-7755)로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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