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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 깊은 곳 ‘전설의 명당’

부사의방장(不思議房丈)이란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올 4월입니다. 전라북도 부안군에 가면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속하는 내변산은 산세가 높지는 않지만 깊고도 험하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험해서 오르기 어렵다 하여 능가산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천년 세월을 전설로 떠돌던 부사의방장을 공개한다. 천하 명당이자, 한국 미륵신앙이 발아한 성지다. 거룩한 장면 앞에 예의를 갖추시라. [권혁재 전문기자]
내변산의 최고봉이 의상봉입니다. 의상봉 남쪽 경사가 천길 낭떠러지인데, 세상에 이 벼랑 중간에 암자 터가 숨어있다는 겁니다. 신라 승려 진표율사가 여기서 계를 얻어 훗날 한국 미륵신앙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금산사를 중창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남아있고,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31)도 부사의방장을 다녀와 『동국여지승람』에 적었다는 겁니다. 저 먼 곳의 소문처럼 부사의방장은 천년 세월을 뛰어넘어 전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전설처럼 떠돌던 부사의방장의 위치가 확인된 건 십수 년 전입니다. 부안 사람들도 귀동냥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의상봉 아래 벼랑에 위태로이 매달려 있을 줄은 몰랐답니다. 부사의방장이 확인되자 국립공원은 즉시 접근을 통제했습니다. 워낙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의상봉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 중인 것도 출입을 막은 또 다른 이유입니다. 요즘도 부안 사람 태반이 부사의방장을 모르고 삽니다. 다만, 일부 종교단체에서 불법을 감수하며 은밀히 성지순례를 나선다고 합니다. 하여 지금도, 부사의방장은 지도에 없습니다.



그 천하 비경을 week&이 다녀왔습니다. 한국 언론 최초의 취재입니다. 하나 부사의방장 가는 길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부안군청과 협의를 마치고 국립공원의 허가를 얻은 뒤 군부대의 입장 승인까지 받은 다음에야 겨우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부사의방장을 알게 된 지 넉 달이 지난 뒤에야 들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하나 출입을 허락 받은 그날 하필이면 태풍이 상륙했고, 다시 그 복잡한 절차를 되밟아 취재 일정을 늦춰야 했습니다. 부안 땅에 들어서는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천기를 누설해 하늘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가 괜스레 근심마저 일었습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부사의방장 입구에 섰습니다. 아! 부사의방장은 하늘이 감춰놓은 비경(秘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체로 거대한 비밀이었습니다. 의상봉 벼랑에서 20m 밑에 부사의방장은 숨어 있었습니다. 12m는 밧줄에 매달려 벼랑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부사의방장이란 세상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곳이란 뜻입니다. 그 뜻이 거기에, 아찔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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