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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신용등급의 사다리’ 빨리, 제대로 고치자

“4년 전 캐피털사에서 대출을 받아 모두 갚았는데 신용등급(9등급)이 오르질 않는다. 연체도 없는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 미치겠다.”



한 대형 신용정보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의 사연이다. 떨어지긴 쉽지만 올리기는 어려운 것. 그게 바로 신용등급이다. 돈을 빌린 뒤 제때 갚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금융거래 때 대우를 달리하는 것은 신용질서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신용등급 평가체계엔 분명 문제가 있다. 연체 여부와 2금융권 거래기록, 대부업체 조회기록 등 부정적인 정보 위주로 등급을 평가하는 방식 때문이다. 특히 대부업체나 2금융권 대출을 받아 열심히 갚는 사람들도 저신용자로 분류되곤 한다. 신용등급을 정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은 대부업체의 대출정보를 얻지 못해 조회기록에 의존한다. 고객이 실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갚았는지를 알지 못하니 대출을 문의하기만 해도 등급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업체 고객 중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대형 대부업체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 있겠는가. 빚을 갚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신용등급을 줘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인호 교수는 이를 ‘신용등급의 사다리’라고 했다. 대부업체 돈을 제대로 갚은 사람은, 이 실적을 바탕으로 2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금융권에서도 잘 갚으면 신용등급이 올라 은행 대출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청년층이 곧바로 은행 대출을 이용하긴 어렵다. 그러다 보니 대출심사가 간편한 대부업체나 캐피털 업체를 찾게 된다. 지금처럼 대부업체에 문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등급을 떨어뜨리면 이들은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이를 막으려면 평가 체계가 정교해져야 한다. 상환실적, 소득 같은 긍정적인 정보가 지금보다 더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고객 마케팅 정보를 다른 곳과 공유하길 꺼린다. 금융사들의 편의주의가 ‘등급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친서민’과도 어긋난다. 문제가 되자 뒤늦게 금융 당국이 개선해 보겠다고 운을 뗐다. 고장난 신용등급의 사다리를 빨리, 그것도 제대로 고쳐 놓길 바란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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