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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친서민의 매력과 좌절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친(親)서민'은 매력적이다. 파괴력 있는 구호다. “서민의 어려운 삶을 보살펴 준다”는 정권의 외침은 일단 주효하다. 그 깃발은 정치의 이미지 전선을 선점한다. 이명박(MB) 정권은 친서민 깃발을 올렸다. 정권 초기 ‘기업 프렌들리’ 노선과 결별한 듯 거세게 흔들고 있다.



친서민은 평범하다. 하지만 특수 병기다. 진부한 용어지만 효용은 검증돼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 평등은 경쟁력 있는 정치판 언어다. 정치의 우선 기술은 적과 동지를 가리는 거다. 부자, 가진 자, 기득권은 기피 단어다. 그런 평판이 과중하면 치명적이다.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서민, 자수성가, 민생을 적절히 섞은 드라마는 대중 동원력을 갖는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행보는 그런 점을 의식한 듯하다.



그동안 ‘MB=부자 정권’이라는 야당 공세는 집요했다. 집권 첫해 종부세 감면 논쟁부터다. “세금체계를 바로잡아야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게 MB정부 논리였다. 그러나 대국민 설득의 논점은 허술했고 정성이 부족했다. 반면 부자 감세로 몰아치는 야당의 반격은 집요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직후 이슈도 부자 정권 논란이었다. 그리고 1년 뒤 지방선거 패배로 청와대는 작심했다. 그 논란에서 탈피, 권력 이미지의 변신을 국정 과제로 삼았다. 지난 개각 이후 친서민을 입에 달고 다닌다.



친서민 깃발은 단기전에선 필승 구호다. 하지만 장기적 성취를 보장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시절의 사례가 있다. 노 정권은 서민을 내걸어 집권했다. 대선 때 이회창 노선을 귀족 정치로 공격했다. 부자, 서민을 나누는 포퓰리즘적 이분법 정치에 익숙했다. 출범 3년째인 2008년 5·31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했다.



그때 서민들은 싸늘하게 외면했다. 선거 민심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가 기억난다. 그 기사에 재래시장 상인, 자영업자들의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부자와 서민, 강남과 강북을 갈라놓으면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본다. 부자들이 돈을 쓰고 민생경제에 참여시켜야 서민경제가 살아난다. 분열의 정치는 경제를 망친다.” 한국 유권자들은 정치의 산전수전을 겪었다. 정권이 왜 ‘친서민’을 외치는지를 꿰뚫고 있다.



MB정권은 자신의 ‘친서민’을 과거와 차별화하려 한다. 포퓰리즘과 거리가 멀고 시장 원리의 무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 구호는 운동 법칙을 갖고 있다. 관성과 타성이 존재한다. 친서민은 관치(官治)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약삭빠른 공무원들은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대기업을 간섭하려 들 것이다. 시장의 게임 규칙을 다듬고 공무원 권한인 규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국세청·검찰도 친서민을 내걸고 실적을 올리려 한다.



MB정권의 브랜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작은 정부, 규제 철폐’다. 따라서 친서민이 과도해지면 정권의 정체성은 헝클어진다. 기본 정책 노선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대기업들은 친서민 기조에 일단 호응하고 있다. 미소금융, 햇살론을 후원한다. 하지만 친서민은 대기업에 수상쩍게 다가가게 돼 있다. 그리고 시장도 움츠러든다.



친서민 정책의 성공은 청년 백수 줄이기, 내수 진작에 있다. 일자리는 대기업이 만든다. 친서민과 친기업의 상호 배타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양쪽은 한 배를 타고 있다. 친서민과 친기업의 동시 만족은 정부 규제 철폐다. 서비스업 활성화도 규제 완화에 있다.



친서민은 애매하다. 이 때문에 친서민 깃발의 국정 운영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청와대는 그 매력과 효용의 한계를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명심해야 한다. “서민만을 앞세우는 정권은 늘 서민을 힘들게 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례는 외국에도 무수히 많다. 친서민은 배반의 생리를 갖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인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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