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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15 아침에 다시 뜯어본 간 나오토의 ‘사과문’

일본 총리의 한국 관련 담화는 그 전 총리들의 담화와 비교·분석된다. 미묘한 내용 변화는 일본 총리나 정치 엘리트의 역사 인식의 변화를 읽게 해준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관련해 발표한 담화도 비교·분석의 대상이 됐다. 담화에 일본에 의한 국권 침탈, 강점의 불법성·강제성·무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흡한 점으로 지목됐다. 반면 일본 내 반대를 무릅쓰고 국권 침탈의 강제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이번 총리의 담화는 한·일 과거사보다는 미래사 관련 부분으로 후세에 주목될지 모른다. 간 총리는 한·일 양국의 미래와 관련, “일·한 양국은 이제 21세기에 있어서 민주주의나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며 양국 관계는 안보·핵·기후변화 등 분야의 파트너 관계를 통해 “장래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양국의 미래에 대해 언급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양국이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과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이라는 과제가 앞으로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한·일 간의 가치 공유를 언급한 것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나라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국권이 일본에 의해 침탈된 것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한·일 과거사의 특수성에 대해 일본 총리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일본 총리의 담화가 있을 때마다 주로 ‘사죄의 수준’을 주목했다. 덜 주목 받은 것은 ‘사죄의 대상’이다. 간 총리는 담화에서 “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적·군사적 배경 아래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식민 지배의 대상이 ‘한국’이 아니라 ‘한국인들’이라는 사실이다. 총리가 동아시아 공동체를 말할 때 그 주체를 ‘한국인과 일본인’이 아니라 ‘한·일 양국’으로 삼은 것처럼 양국의 과거를 말할 때에도 일차적 대상과 주체는 국가여야 한다.

과거 일본 총리들의 발언에서 일본의 침략·식민 지배로 고통받은 대상이 국가였던 적은 없다. 손해·고통의 대상은 ‘많은 사람’(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한국 국민’(98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이었다.

일본은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해야 할 대상이 한국민이기 전에 한국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와 국가 간에 맺은 ‘일·한 병합조약’의 불법성·강제성·무효성을 인정하고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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