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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 꿈 꾸게 하는 ‘드림메이커’ 꿈이 아니다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자신의 ‘토템’인 팽이를 돌려 꿈과 현실을 구분한다. 도대체 영화의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가. 그 모호한 경계는 ‘인셉션’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중앙포토]
밤이란 잠과 꿈 사이를 방랑하는 시간.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밤의 몽상’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담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꼭 만들고 싶었다는 영화 ‘인셉션’은 꿈을 조작해 생각을 주입할 수 있는 자들의 음모를 다룬 액션 스릴러. 과학자들에게도 각별히 영감을 주는 영화다.과연 이 영화에서처럼 꿈을 내 맘대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그런 장치가 나오긴 했다. 자각몽 현상을 이용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바로 그것인데, 그간 노바 드리머(Nova Dreamer)란 제품명으로 팔리다가 최근 ‘인셉션’의 인기로 ‘드림메이커(DreamMaker)’라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영화 ‘인셉션’ 통해 본 꿈꾸는 기술의 진화

자각몽(Lucid Dream)이란 ‘몸은 잠을 자고 있어 움직일 순 없지만 의식은 깨어 있어 마음껏 상상한 대로 꾸는 꿈’을 말한다. 의식이 있는 ‘가(假)수면 상태’에서 꾸는 꿈이라서 나중에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이 장치는 자각몽을 유도해 원하는 꿈을 상상하도록 해 주는 장치. 5세기께부터 널리 알려진 자각몽 현상을 ‘꿈을 들여다보는 창’ 정도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간단한 전자장치를 통해 유도하고 조작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노바 드리머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10㎐ 전후의 알파(α)파를 방출해 뇌를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상태(안구 운동 상태)로 잡아 놓은 뒤 미리 저장된 사진이나 소리를 들려준다. 내가 만약 앤절리나 졸리 꿈을 꾸고 싶다면 그녀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저장해 놓으면 이 장치가 자각몽 상태를 유도해 그녀가 등장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4년 전 95달러에 '노바 드리머'구입
4년 전쯤 95달러 정도였다고 기억되는 이 장치를 필자도 구입해 사용해 봤는데, 아쉽게도 성능이 그다지 좋진 않았다. 자각몽과 비슷한 몽롱한 상태가 유도되긴 하나 원하는 꿈을 제대로 꾸진 못했다.불행하게도 우리는 잠의 상태를 변형하고 꿈을 꾸도록 유도할 순 있어도 꿈의 스토리, 다시 말해 꿈의 콘텐트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다. 꿈의 생성과 구조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돼 왔으나 꿈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속수무책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 근본적으로는 뇌의 전기적 활동으로 꿈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하다.

원하는 꿈을 꾸도록 유도한다는 ‘노바 드리머’
하지만 자각몽 연구의 대가 스티븐 르버지(Stephen LeBerge) 박사는 자각몽 상태야말로 ‘깊은 무의식의 심연’인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한다. 이를 조작할 수 있다면 원하는 꿈도 주입할 수 있을 거란 게 그의 생각이다.영화에서처럼 꿈의 공간에선 공간이 휘기도 하고, 팽이(토템)가 쓰러지지 않으며, 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걸까? 하염없이 떨어지는 버스 안에서 시간이 멈춰 버릴 수도 있는 걸까?

꿈이란 현실의 고삐가 풀린 상태, 따라서 물리적인 제약이 꿈의 공간까지 지배할 리 없다. 따라서 영화 속 설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수면정신의학자가 꿈을 꾼 사람들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대개 자신의 현실적 경험 안에서 대부분의 꿈이 꾸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래 꿈을 꾸는 시간으로 알려진 ‘REM 수면’ 동안 인간의 뇌는 지난 며칠간의 경험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기억은 지우며, 중요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활동을 한다. REM 수면 상태에서 만들어진 분절적인 경험의 파편이 인과관계로 엮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꿈. 따라서 대개 현실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유로운 꿈을 꾸기 위해서는 잠자기 전에 과감히 상상하는 훈련이 필요할 듯.

영화에서 언급된 것처럼 꿈이 때론 기억에 가둬질 수밖에 없는 것도 비슷한 까닭이다. 기억은 꿈꾸고 상상하기 위한 경험의 질료. 따라서 꿈은 기억이라는 주형 안에서 그 모양이 만들어지기 쉽다.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길, 수능시험을 봤던 교실, 혹독한 질문으로 당황했던 입사시험 면접장 등 이런 곳을 자주 꿈속에서 방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꿈에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할까? 다시 말해 ‘꿈을 꾸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꾼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REM 수면 상태가 끝난 뒤 바로 깨우면 깨기 직전에 꾼 꿈을 생생히 기억해 낼 수 있어 구체적인 진술이 가능하다) 꿈속에서 다시 잠에 빠져 꿈을 꾸는 경험을 했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꿈속의 꿈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꿈속에서 꿈을 꾸도록 유도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니 영화 속 상상에서만 만족해야 할 듯싶다.

인셉션의 핵심적인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꿈의 공유’, 같은 꿈속에 함께 등장해 꿈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만약 꿈을 꾸는 동안 뇌 속 신경세포들의 모든 활동을 정교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것을 두 사람의 뇌에서 서로 싱크(뇌파캡을 통해 두 사람 뇌의 전기적 활동을 일치시키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될 수 있다면 원리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꿈에 함께 등장하진 않더라도 같은 꿈을 꾸는 것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는 꿈을 공유하는 장면에서 ‘뇌 상태 공유캡’을 쓰지 않고 정맥주사 비슷한 것을 함께 맞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선 대뇌 신경활동의 일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유사) 마약을 통한 ‘발랄한 상상력의 공유’를 통해 ‘꿈의 공유’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각 상태라면 무엇이 불가능하랴!)

‘꿈에서 얻은 암시가 현실에서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 속 메시지는 ‘무의식적 암시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신경과학자들의 최근 연구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이 되는 호접몽의 화두가 과학적으로 유용한 것은 ‘현실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무의식적 기제’로서 꿈을 해석한다는 데 있다.잠과 꿈 사이를 배회했던 ‘밤의 시간’은 날이 밝으면 이성으로 현실을 건설하는 온전한 ‘낮의 시간’에 되살아난다.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 없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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