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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 향해 유쾌한 도전 ‘리듬체조의 김연아’

7월 28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0 리듬체조 대표 최종 선발전에 출전한 손연재가 리본 연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대회 도중 이야기꽃을 피우는 신수지(왼쪽)와 손연재. 세 살 차이인 둘은 라이벌이자 절친한 선후배다. [연합뉴스]
처음 유명세를 치른 건 예쁜 얼굴 때문이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19·세종대)와 손연재(16·세종고). 가늘고 긴 몸매에 작은 얼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팬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유명세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은 건 실력 덕이다. 리듬체조는 대표적 비인기 종목이다. 올림픽 때가 아니면 국내외 대회를 접하기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대회를 하는지조차 몰랐던 리듬체조 경기장에 요즘은 기자도, 팬도 몰려든다. ‘얼짱 스타’들의 역할이 컸다. 최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리듬체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도 둘은 미모 이상의 실력을 뽐냈다. 105.375점을 받은 신수지가 종합우승, 손연재(104.625점)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평가전 나란히 1·2위, 신수지와 손연재

‘원조 체조 얼짱’ 신수지
신수지는 ‘리듬체조의 불모지’ 한국에서 훈련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체 12위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한국 리듬체조 선수로 본선에 진출, 상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4개월 뒤면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라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신수지의 목표는 금메달이다.신수지는 3월 발목을 다쳐 한동안 매트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거뜬히 우승했다. 제대로 훈련한 기간은 한 달 남짓. 그는 “리본 훈련을 하다가 눈 부상을 당했고, 심한 감기몸살까지 겹치며 고생을 많이 했다. 러시아 전지훈련 때부터 정상훈련을 시작했는데, 짧은 시간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힘들 때마다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는 많이 달라졌다. 일단 체중을 3㎏ 정도 줄였다. 먹을 것을 좋아해 ‘식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가 하루 두 끼 샐러드만 먹고 버틴 결과다. 그는 “아직도 4㎏ 정도 더 줄여야 한다. 아시안게임까지 약 4개월간 한 달 1㎏씩 뺀다는 각오”라고 했다. 입술 위쪽에 있던 점도 뺐다. ‘복점’이라고 생각해 그대로 놔두려 했는데, 점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 결단을 내렸다. 팬들은 “점을 빼니 미모가 확 살아났다”며 환영했다.

외모만 달라진 건 아니다. 마음가짐도 독해졌다. 신수지는 “아시안게임에 모든 걸 걸었다. 이왕이면 목표를 높이 잡고 도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안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 선수들과의 최고 점수 차이가 1점 내외인 까닭에 실수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새로 준비한 작품을 완벽하게 연기하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올 시즌 그는 예전보다 한층 난이도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수구(리본·후프·줄·곤봉 등 기구) 난도를 더 높였고, 프로그램도 빽빽하게 짰다. 그는 “수구 난도가 어려워져 지금 열심히 적응 중이다. 표현력에도 훨씬 더 신경 썼다. 모든 게 어려워졌지만 준비하는 지금 정말 즐겁다. 목표가 뚜렷하니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즐거워했다.

8일부터 크로아티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신수지는 이달 말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이탈리아 대회가 끝나면 한국에서 열리는 KBS배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이탈리아 대회를 마치고 돌아와 공항에 내리자마자 KBS배가 열리는 제천으로 간다. 9월에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한다”며 바쁜 일정을 설명했다.  

차세대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
손연재는 2007년 슬로베니아 주니어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한 뒤 국내외 체조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대회에는 리듬체조에 강세를 보이는 동유럽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기에 그 의미가 더 컸다. 5월에 열린 2010 월드컵시리즈 콜베이 대회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국제대회 최고 성적인 11위를 기록했다.손연재는 보통 국내 체조대회에 나설 때 한 종목 정도는 참가하지 않는다. 나섰다 하면 전 종목 우승을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우승 기회를 모두 박탈할 수 있어서다. 김 코치는 “손연재는 신수지와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딱 잘라 말한다. 신수지가 표현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면, 손연재는 기술이 좋다. 김 코치는 “연재는 전체적인 몸의 선이 예쁘고 수구 숙련도가 좋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동유럽 선수들에 비해 가장 처지는 부분이 수구 숙련도인데, 연재는 그 부분에서 감을 타고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좋지만 손연재가 추구하는 건 ‘예술’로서의 리듬체조다. 빨간 리본을 들고 춤추는 예쁜 언니들이 부러워 리듬체조를 시작했다는 손연재는 “나는 리듬체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현역 최고의 기술을 갖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0·러시아)보다는 관중을 사로잡는 안나 베소노바(26·우크라이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 체조’를 추구하는 손연재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은 김연아(20·고려대)다. 손연재는 2008년 김연아의 전 소속사인 IB스포츠와 계약하면서 김연아와 연을 맺게 됐다. 그는 “지난해 아이스쇼 ‘페스타 온 아이스’에 출연하면서 연아 언니랑 친해졌는데, 무대에 몰두하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면서 ‘프로 정신’을 느꼈다. 선수로서 배운 점이 많다”며 앳된 미소를 지었다.

IB스포츠 관계자는 “손연재는 성격도 김연아와 비슷하다. 가녀린 외모와 다르게 독종이다. 힘이 들어 울면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라서 굳이 ‘훈련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다”고 귀띔했다. 한창 꾸미고 싶은 나이지만 그는 “훈련복으로 갈아입기 불편하다”며 교복을 더 자주 입는다. “운동선수라 그런지 트레이닝복이 제일 좋고 편하다”고도 한다. 학교 수업과 리듬체조 훈련을 병행하면서 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점도 김연아와 닮았다. 손연재는 일어·영어·러시아어로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벌써 팬도 많이 생겼다.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삼촌 팬’들이 특히 많다. 손연재는 “체조 얼짱으로 유명해졌다고 친구들이 막 놀린다. 그래도 유명해진 게 싫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용조용 차분한 목소리가 정말 만화 여주인공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확보한 손연재는 “올해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한국은 리듬체조 개인 부문 메달이 없었기에 꼭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김 코치는 “연재는 만능이다. 리듬체조 5개 종목 중 한두 가지만 잘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면에 탁월하다. 그래서 언제 어떤 개인 종목에 출전해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과 팀 경기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은 팀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아시안게임 전망이 밝다”고 평가한다.

개인 종목에서 신수지와 손연재를 위협하는 선수는 카자흐스탄의 안나 알리야비에바(17)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기술위원장은 “기본 점수도 높고 난도도 상당히 뛰어나다. 국제대회 경험도 많아 해외 심판들에게 익숙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팀 경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홈팀 중국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앞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방심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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