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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리 아이어코카의 대중 공포증 없애 준 책

일을 도모하는 인간에게 하늘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자문화권에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노력을 다한 후 천명(天命)을 기다림)’이라는 표현으로 인간-하늘 관계를 정리한다. 이 문제와 관련, 영·미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격언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이다. 이 말은 영국의 저술가, 사회 개량가인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가 쓴 『자조론(自助論·Self-Help)』(1859)의 서두에 나온다. 이 금언의 더 오래된 형태에서는 ‘하늘’이 아니라 ‘하느님’이 사용됐다. 미국의 과학자·외교관·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저술한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Poor Richard’s Almanac』(1732~57)이라는 금언집에는 “하느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God helps them that help themselves)”고 돼 있는 것이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2> 데일 카네기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

‘셀프헬프 운동의 아버지’
하늘·하느님의 뜻이나 도움 여부를 떠나 인간의 자조(自助)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고대부터 있었다. 근대적 의미의 자조 관념을 발전시킨 것은 프랭클린과 스마일스다. 20세기에 ‘셀프헬프 운동(self-help movement·자조 운동)’의 불을 지핀 인물은 데일 카네기(1888~1955)다. 그가 1936년 펴낸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은 16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 책은 비즈니스 훈련 프로그램으로도 발전했다. 세계 80개국, 25개 언어로 진행되는 ‘데일 카네기 훈련’ 프로그램은 800만 명 이상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현대 세계에서 자조는 독서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 됐다. 거대 시장도 형성했다. 미국에서 셀프헬프 시장의 규모는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이다.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은 종교서적이나 소설뿐만 아니라 셀프헬프 도서도 수천 만부씩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Think and Grow Rich)』(1937년·3000만 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1989년·1500만 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1992년·5000만 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1998년·2600만 부) 등은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보다 더 많이 팔렸다. 그러나 ‘셀프헬프 운동의 아버지’라는 부동의 타이틀은 카네기의 것이다.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은 ‘발행 즉시 고전’이 돼 ‘한 세대를 정의(定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메리칸 헤리티지’라는 잡지는 1985년 이 책을 ‘미국 국민성을 형성한 10권의 책’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1936년 출간, 미국과 세계를 바꾼 책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이 미국과 세계에 미친 영향은 광범위했다. 대인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됐으며 대공황(1929~39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위해서는 희망을 설계했다. 기업 문화 혁명에 일조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미국의 기업 문화는 권위주의적이었다. 이 책은 경영진이 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되도록 유도했다. ‘데일 카네기 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매니저급에서 중역으로 승진하는 회사인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미국 500대 기업 중 4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카네기 훈련을 시킬 정도다.

이 책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월트 디즈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리 아이어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은 자서전에서 2페이지에 걸쳐 자신이 받은 영향에 대해 술회했다. 카네기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수줍은 사람(shrinking violet)’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의 귀재’이자 ‘기부왕’인 워런 버핏도 카네기 덕분에 대중 앞에 나설 때의 두려움을 극복했다.

버핏은 사무실에 ‘데일 카네기 훈련’ 수료증을 걸어 놓았다. 버핏은 남다른 방법으로 책의 내용을 검증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 대화할 때 책에 나오는 원칙을 따르기도 하고 안 따르기도 해 결과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분석했다. 영국에서는 2005년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책에 대한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총선을 앞둔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이라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을 추천했다.


비난·단죄·불평·언쟁은 금물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한다. 인간 본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냥 옳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이를 감안해 카네기는 “비난·단죄·불평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카네기가 책에서 첫째로 내세운 지침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극악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비난을 받게 되면 자신을 정당화하고 분개하고 원한을 품는다. 남을 비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복을 안 당하면 다행이다. 남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남을 이해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게 카네기의 생각이다. 카네기는 강조한다. “‘당신이 틀렸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비난·단죄·불평 외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언쟁이다. 언쟁은 무익하다. 카네기는 “언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언쟁을 피하는 것이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남의 잘못은 묵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네기는 “잘못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비난·단죄·불평을 하지 않고 언쟁을 피하면 일단 적(敵)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카네기는 인간 관계에서 기본적이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되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사람을 만나도 웃지 않고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다. 카네기는 말한다. “웃어라.” “그의 이름을 불러라.”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친구 만들기’에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칭찬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부를 듣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카네기가 제시하는 지침은 “정직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호의적인 평가를 하라”는 것이다. 호의적인 평가, 즉 칭찬을 하려면 무엇이 전제돼야 할까. 관심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인간은 칭찬받을 때 의심하는 것처럼 관심의 대상이 될 때도 의심을 한다. 그래서 카네기는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라”고 조언한다. 진심만큼 카네기가 강조하는 것도 없다. 그는 “상대방이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라. 그렇게 함에 있어 진심을 담아라”라며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친구 만들기’의 진전은 대화에서 이뤄진다.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역시 출발은 인간 본성에 있다. 인간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카네기는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듣고 상대방이 말을 많이하게 할 것”을 주문한다. 물론 듣기만 할 수는 없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상대방의 관심사에 맞춰 대화하라”는 게 자기중심적인 인간 본성을 고려한 카네기의 지침이다.

열망 일으켜야 사람 움직여
친구 만들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친구를 움직일 차례다. 영향력 행사 또한 ‘인간은 남의 뜻이 아니라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한다’는 인간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카네기는 “상대방이 어떤 일을 바라게 해야만 상대방이 그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며 두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그 일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라.” 그 일이 “자기 아이디어라고 느끼게 하라.”

수천만 명의 독자로부터 70여 년 동안 사랑받은 책이지만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도 다양한 각도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과연 지식·지성·능력보다 인간 관계 지침 몇 가지가 행복이나 성공을 추구하는 데 더 중요할까. 아무리 진심이 바탕이 됐다고 하더라도 우정과 영향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인간 세상은 과연 병적인 나르시스트들이 모여 사는 곳일까.

카네기는 ‘셀프헬프 운동의 아버지’이기에 셀프헬프 도서에 대한 각종 비판은 카네기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셀프헬프 도서에 대한 비판 서적들이 다수 출간됐다. “셀프헬프 도서가 미국을 망쳤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셀프헬프 부문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셀프헬프 도서를 들고 다니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주류 독서 문화에 편입됐다. 셀프헬프 분야는 최근에는 행복학(science of happiness)과 연계돼 진화하고 있다. 셀프헬프가 존재하는 한 “내가 바뀌면 남도 바뀐다”고 믿은 카네기의 이름이 항상 거론될 것이다.



데일 카네기는
미주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카네기는 왜소한 체격에 운동도 잘 못했다. 암기력이 뛰어났던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토론서클에 가입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동부로 떠나 인생을 개척했으나 원래 뜻한 바와는 달리 연극배우·소설가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카네기는 1912년부터 뉴욕 125번가에 있는 YMCA 지부에서 연설·화술 강의를 시작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원래 이름을 ‘Carnegey’라고 표기했던 그는 이름 철자를 1919년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와 같은 ‘Carnegie’로 바꿨다. 카네기는 1931년 이혼하고 44년 도로시 프라이스 밴더풀과 재혼했다. 도로시는 남편에게는 없는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 카네기 사후에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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