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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코노믹 뷰]·금융위기 땐 '교과서 재테크' 안 통한다

글로벌 시장은 거대한 네트워크다. 채권·외환·상품 시장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자산 가격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리스크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현재 경제 상황과 시장의 투자심리가 어떠한지,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묻고 따진 뒤 투자를 결정한다. 이런 변수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자산들 가운데 어느 것을 사고 어느 것을 팔지를 정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방정식은 한결같지 않다. 위기 이전과 이후 행태가 판이하다. 평상시 비정상적인 행태가 위기 와중에는 정상적인 행태가 되기 일쑤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의 정책방향이 호황일 때와 다르다. 정부는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산들의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뒷전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거품 붕괴 충격이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그들은 긍정적인 뉴스를 갈망한다. 그런 소식이 전해지면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덥석 받아들여 투자 방향을 결정하고 만다. 결국 손해를 보고 시장에서 물러나기 일쑤다. 정작 좋은 기회가 나타났을 때 그들은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현금·주식·채권·상품의 관계가 뒤틀린다. 상관관계가 뒤죽박죽이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움직이던 두 자산의 가격이 위기 순간에는 같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서로 영향을 크게 주고받던 두 자산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도 잦다. 반대로 더욱 밀접하게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산들의 관계가 뒤죽박죽되면 고전적인 투자 상식인 분산투자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분산투자는 가격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들을 한 포트폴리오 안에 섞어두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리스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투자전략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회사 자체 자금으로 머니게임을 벌이는 트레이더들도 위기 와중엔 자산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깨진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들이 이번 금융위기 와중에 25~30% 정도 손해를 본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위기에 자산들의 상관관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1983년에서 2009년까지 26년 동안 자산들의 가격 변화를 살펴봤다. 현금·채권·주식·상품·통화 등의 상관관계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미 경제는 정상에서 호황으로 바뀌었다. 남미와 아시아, 북유럽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8년엔 미국이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진다. 국채값과 한 나라의 통화가치도 반대라는 게 재테크 상식이다. 미국 채권값이 떨어지면(시장금리가 오르면)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달러 가치가 오른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반대 흐름이 형성된다. 실제로 평상시 이런 관계는 상식대로였다.
금융위기 와중인 2008~2009년에는 정반대였다. 글로벌 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이 먼 미래를 믿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해 나중에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장기 채권값이 떨어진 까닭이다. 자금시장은 얼어붙었다. 신용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자금이 부동화하면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미 재무부의 단기 채권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미 달러 가치도 오르고 미 채권값도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트레이더와 일반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자산은 일단 팔고 봤다. 주식이나 외환보유액이 적거나 외부 충격에 약해보이는 나라의 통화를 덤핑했다. 대신 미국의 단기 재무부 채권이나 달러를 사들였다.또 다른 재테크 상식도 흔들렸다. 시간 차가 있기는 하지만 채권값이 떨어지면 주식값도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인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져 시장금리가 높아지면(채권값이 하락하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실적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에 채권·자산 관계도 반대 흐름을 보였다. 트레이더들과 일반투자자들이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일단 처분했다. 좀 더 안전한 채권으로 바꿔탔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하했는데도 진정되지 않았다.
상품과 주식의 관계는 위기 와중에 어떤 모습이었을까?평상시 두 시장은 그다지 밀접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위기 와중에 두 시장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미끄러졌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상품 수요가 줄고 기업 실적도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금융위기는 상식마저 바꿔놓는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비정상이 정상이 되기도 한다. 자산들의 상관관계가 뒤틀리면 개인과 기업의 저축과 투자 행태가 바뀐다. 한 나라의 국부 가치와 부채의 무게도 달라진다. 트레이더와 투자자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도 이런 변화를 빨리 간파해야 한다. 귀중한 자산을 지키고 정책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위기가 뒤흔들어 놓은 관계가 언제 정상화될지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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