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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벽 뚫어줄 한·일 해저터널

8·15다. 매년 맞이하는 8·15가 올해는 특별한 의미로 와 닿는다. 일본 정부의 진전된 과거사 사죄 때문이다. 지난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36년간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한국민에게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까지 인정해 과거보다 나은 사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부는 또 종전기념일인 15일, 내각 각료 17명 전원이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문제를 외면한 간 총리의 담화에 아쉬운 대목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보수우익 세력과 민주당 일각의 반발까지 무릅쓰며 한·일 관계의 새 이정표를 세우려 한 간 정권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미흡한 대목은 이번 사과를 시작으로 차차 풀어 나가면 된다. 100년 동안 묶여 있던 매듭을 어찌 하루아침에 다 풀 수 있겠는가.

박경덕 칼럼

돌이켜 보면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했다. 그것들이 한국 국민의 마음속에서 쉽게 잊혀진 것은 사과 수위도 미흡했을뿐더러,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부 우익 인사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망언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사과와 용서를 통해 미래로 가려는 두 나라의 노력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 정부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지켜보면서 다시는 그런 망언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간 총리도 말했지만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인 올해는 양국 관계에서 커다란 전환점이다. 100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할아버지부터 손자 세대를 거쳐 증손자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긴 시간이다. 그 오랜 시간을 두 나라는 힘겹게 보냈다. 이제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할 때다. 때마침 가해자인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로 단초를 마련했다. 이제는 100년 앞을 내다보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두 나라가 함께 미래를 향해 달리는 기찻길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한·일 해저터널 이야기다. 양국이 100년 앞을 내다보고 국가 간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대한해협 아래 KTX와 신칸센 열차가 달린다고 상상해 보라. 두 나라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는 물론 마음의 거리까지 획기적으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장 해저터널로 지구촌의 명물이 될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은 1980년대부터 간간이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양국의 아픈 과거사와 맞물려 꿈같은 얘기로 치부됐다. 국내 일각에서는 과거 역사에 비춰 섬나라 일본의 대륙 진출만 도와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장기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 철도와 연결될 경우에도 중간 기착역이 될 한국보다는 종착역을 가질 일본이 훨씬 큰 이득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크게 보면 혜택은 두 나라에 고루 돌아갈 것이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잇는 유로터널이 그걸 보여 준다. 유로스타가 달리면서 섬나라 영국이 유럽 대륙과의 거리를 크게 좁히는 혜택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는 유럽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경유하는 유럽 허브 도시로 거듭났다. 유로스타는 2008년 한 해 동안 900만 명이 넘는 승객을 실어 날랐다. 승용차·버스·트럭과 일반 화물까지 운송하면서 유럽의 대동맥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려움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이 유로터널보다 규모로나 기술적으로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몇 가지 검토안을 봐도 어느 안이든 총연장이 200㎞를 넘는다. 유로터널(50.54㎞)보다 네 배 이상 길다. 세계 최장 길이(53㎞)를 자랑하는 일본 세이칸(靑函)터널(혼슈∼홋카이도 해저터널)도 비교가 안 된다. 이뿐만 아니라 수심도 최대 220m나 돼 세이칸 터널의 140m, 유로터널의 46m보다 훨씬 깊다. 터널이 지날 곳에 해저 화산지대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예상 공사비는 100조원 안팎의 천문학적 금액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본은 세이칸 터널을 뚫은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시공능력을 자랑한다. 둘이서 힘을 합치면 해저터널을 뚫고도 남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류 최대 토목건축물에 한·일이 화해와 협력을 무기로 함께 도전하는 것, 그것은 100년 후 후손들에게 분명 오늘보다 더 희망찬 8·15를 물려주는 일이 될 것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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