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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워싱턴의 끼리끼리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이 된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는 수습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주말 유정 입구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데 성공해 실마리가 풀렸다. 사고 발생 108일 만이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기름은 거의 사방 200㎞ 해상을 오염시켰다. 오염을 정화하고 늪지대를 회복시키는 데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는 추산조차 하지 못한다. 경제적 피해가 올해만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여론은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쪽에 모아져 있다. 하지만 안이한 대응 외에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정부의 감독 문제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는 유정 시추 승인을 받을 때 몇 가지 필요한 허가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예컨대 이 지역엔 향유고래 등 다양한 멸종위기 동물이 발견돼 관련 허가가 필요했지만 승인기관인 미 연방 광물관리청은 눈을 질끈 감았다. 환경영향평가서 제출도 마찬가지다. 광물관리청은 막상 사고가 터지자 기름 유출량을 줄여 보고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드러난 게 이 정도다. 진행 중인 연방정부 수사가 끝나면 감독 소홀 케이스는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다는 미국 정부가 왜 이런 식으로 움직였을까. 서로서로 봐주고 끌어주는 끼리끼리 문화가 부른 안전불감증이 으뜸 원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석유회사 로비스트는 4명 중 3명꼴로 정부 고위직에서 일했다. 613명의 등록 로비스트 중 백악관과 광물관리청 고위 관리 출신이 432명, 의회 출신이 18명이었다. BP는 이런 고위직 관리만 31명을 고용했다. 관리 출신이 통상 3명 중 1명꼴에 머무는 다른 업종과 비교해 볼 때도 석유업계의 회전문식 유착은 두드러졌다. 심지어 광물관리청 차관보는 BP에서 8년간 근무한 BP 출신이었다. 원유 유출사고에 대한 환경오염 수준을 평가하는 환경연구소는 대부분 석유가스업체 소속이어서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기업에서 공무원으로, 다시 연구소로 끼리끼리 돌아가는 구조다.



물론 사고의 직접 원인은 화재로 시추 파이프가 두 동강 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워싱턴의 끼리끼리 문화가 화재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감독 부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번 기회에 워싱턴의 로비문화를 손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은 “포괄적이고 공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의 회전문식 유착구조에 대한 비판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학연·지연 등 이런저런 커넥션으로 연결된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오랜 기간 관 주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경유착·민관유착의 과거를 갖고 있다. 청렴도가 높다는 모범 정부에서도 끼리끼리 벌이는 회전문식 유착은 정부의 엄정한 감독과 견제를 물렁하게 만들었다. 물렁한 감독은 다잡아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끼리만’을 외치는 잘못된 패거리 정서에도 소금이 들어가야 한다. ‘대충 그까이거’라고 넘어가는 감독이 큰 사고를 키우게 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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