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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 자초한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

수사의 원칙은 물적 증거 확보에 있다. ‘입’에 의존하는 수사는 무리가 따르고 번복되기도 쉽다. 그래서 현대 수사 기법은 과학과 증거주의에 입각(立脚)한다. 어제 발표된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는 이런 점에서 매우 미흡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38일 동안 수사한 결과물은 이인규 전 지원관을 포함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관련자 3명을 형법상 강요 등 혐의로 기소한 게 전부였다. 이른바 ‘영포(영일·포항) 라인’을 통한 ‘윗선’ 개입 가능성 등 숱한 의혹은 고스란히 남겨놨다.



이 같은 초라한 실적은 결정적 증거 확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 인멸(湮滅) 시도가 있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수사 초기 지원관실에서 12대의 컴퓨터를 압수했지만 이 중 7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고 한다.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누군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몰래 들고 나간 뒤 전문가에게 맡겨 전산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문서도 상당 부분 파쇄됐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불법 활동에 대한) 증거자료로 추정될 만한 것이 다 지워져 있어 수사 장애 요인이 됐다”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진실 은폐를 위해 수사를 방해하려 한 중대한 범법 행위를 색출하는 데 수사력을 먼저 집중했어야 했다. 국가기록물을 멋대로 파손하는 일이 공공기관 안에서 자행됐는데도 주동자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검찰의 변명(辨明)은 궁색하기만 하다. 도깨비도, 도둑도 아니고 내부인의 소행이라면 우선 그것부터 파헤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불법·탈법 행적이나 윗선 개입에 관한 핵심 자료가 담겨 있지 않고서야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겠나. 초보적 절차도 밟지 않고 관련자의 입에 기댔으니 수사 결과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검찰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 초점은 증거 인멸의 책임자를 찾아낸 뒤 훼손된 하드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규명하는 데 맞춰야 한다. 변죽만 울리다 수사가 흐지부지 끝난다면 봐주기 논란이나 수사력 부재 책임론이 나와도 검찰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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