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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에도 끄떡 없다더니 … CNG버스 전문가 없이 날림점검

“총으로 쏴도 안 터진다더니….”



행당동 폭발사고 계기로 드러난 안전관리 문제점

10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중랑공영차고지에서 만난 버스 운전기사 김모(57)씨는 “CNG(압축천연가스) 용기가 이렇게 쉽게 터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서울시 교통연수원에서 안전교육을 하는데 “수류탄을 던진다고 해도 절대 폭발하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장치가 있어 내부 발화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전자 이모(49)씨도 “과거에도 비슷한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며 “하루에도 수천 명을 태우는데 폭발사고 가능성에 대해 미리 알려주고 대처법 등을 교육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스 안전사고에 관한 교육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10일 서울 장안동 경찰 차량정비창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수사관이 9일 행당역 부근에서 폭발사고가 난 천연가스버스에 대한 정밀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버스회사 정비팀에도 가스 관련 전문가는 없다. 9일 폭발사고가 난 버스가 소속돼 있는 KD운송그룹 정비팀에는 9명의 정비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운행 중인 150여 대의 버스는 모두 CNG버스다. 하지만 정비사 중 가스 관련 전문가는 없었다. 김상묵 정비부장은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차량 운행에 관한 기기는 정비할 수 있지만 가스 관련 부분은 사실상 정비가 불가능하다”며 “가스 검침원이 쓰는 테스트 기기를 이용해 CNG 연료통에서 가스가 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중랑공영차고지를 기점으로 운행하는 버스 370여 대 모두 CNG버스지만, 이곳에 입주한 회사 중 가스 관련 전문가를 정비사로 고용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CNG버스의 폭발 사고 가능성은 일찍이 예고됐었다. 2008년 하반기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CNG자동차 안정성 향상 연구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폭발사고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CNG 용기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CNG 용기 위치를 지붕 위로 바꾸라고 건의했다. 압축천연가스로 쓰이는 메탄가스가 공기보다 가벼워 지붕 위에 있을 경우 가스 누출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책 마련을 미루는 사이 막을 수 있는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버스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김기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가스안전공사, 교통안전공단, 소방재난본부 등과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서울시내 모든 CNG 버스를 대상으로 전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교통안전공단 등은 이번에 폭발한 버스가 2002년에 생산된 점을 감안해 같은 기간에 생산된 CNG 버스 159대를 우선 검사한 뒤 문제가 적발되면 즉시 폐차시킬 방침이다.



서울시는 그러나 올해 말까지 모든 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기로 한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황오주 서울시 천연가스차량팀장은 “CNG버스는 매연이 거의 없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유 버스의 10% 수준”이라며 “서울시내 대기질 개선을 위해 경유 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운행되는 CNG버스는 모두 7234대로 전체 시내버스(7558대) 가운데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시도 시내 14개 충전소에서 CNG버스를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인천에서 운행 중인 전체 시내버스 2447대 중 2107대(86.1%)가 CNG버스다.



◆폭발사고 중상자 의식 돌아와=9일 발생한 폭발사고 부상자 대부분은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한양대 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이 가벼운 부상이라 퇴원했다”고 말했다. 양쪽 발목이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었던 이모(28)씨도 10일 의식을 회복했다. 병원 관계자는 “절단된 발목을 접합하는 수술을 했다”며 “걸을 수 있을지는 회복 상태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스안전공사·서울시 소방안전본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 버스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8개의 CNG 용기 중 첫 번째 것이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료통 연결 부위 등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와 운행일지·정비일지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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