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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중기 프렌들리 … 빅2가 먼저 움직였다

대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태호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개각 명단이 발표된 지 이틀 만인 10일 재계를 이끄는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서민·중소기업과의 상생 확대 방안을 내놨다. 그것도 그간 상생의 핵심으로 꼽혀온 미소금융 확대와 협력업체 납품가격 문제를 다뤘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코드에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어떤 식으로든 상생협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재계의 ‘상생 바람’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과 노동계 등은 아직까지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스페셜 리포트 - 기업도 은행도 친서민 코드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에 있는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이 하는 캐피털 회사의 이자율이 사채이자와 똑같지 않으냐”고 지적한 것을 시작으로 친서민 정책을 강화했다. 사진 속에서 시장 상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꽉 잡은 두손의 주인공은 이 대통령(왼쪽)과 시장 상인. [중앙포토]
◆2, 3차 협력사 실질 지원에 초점=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의 핵심은 결국 납품단가다. 대기업은 줄 만큼 줬다고 주장하고, 중소기업은 받아야 할 만큼 못 받았다고 말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대기업의 직접 하청업체(1차 협력사)보다는 이들에게서 다시 순차적으로 하청을 받은 업체(2, 3차 협력사)의 불만이 더 컸다. 중소기업연구원의 2008년 조사에서 납품단가가 깎인 경험이 있다는 1차 협력사는 33%였지만, 3차 협력사의 경우 절반이 넘는 55%가 이런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납품단가 문제가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은 10일 보고서를 내고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지난 6년간 16%, 당기순이익은 68% 늘었지만, 부품매입액은 15조5759억원에서 15조6257억원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상임연구위원은 “하청업체가 노조와의 임금 교섭 과정에서 원청업체의 단가인하 요구서를 보여주며 통사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납품단가가 원자재 값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불만도 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8개 중소기업을 조사했더니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원자재 값은 평균 18.8% 뛰었는데 납품단가는 평균 1.7%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원자재 값과 납품가의 연동제가 2, 3차 협력사로 확대되도록 점검하겠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협력사의 위험부담을 없애 보다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협력업체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이다. 현대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그간 2~4차 협력업체는 1차 협력업체보다 20% 정도 비싼 값에 원자재인 고철을 사야 해 항상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며 “이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2차 협력업체 사장은 “이러다 또 반짝하고 그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보다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해지는 미소금융”=삼성미소금융재단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시장에 미소금융 1호 지점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이후 대기업·은행권 11개 업체가 전국에 56개 지점을 개설했다. 나흘에 한 개꼴로 ‘서민 지원 금융지점’이 생긴 셈이다.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 7월 말 현재 미소금융지점 56곳을 통해 지원된 금액은 151억2000만원(1824건)에 그쳤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이 10일 ▶올해 출연금 확대 ▶대출 대상·상품 활성화 ▶지점 추가 개설 등을 발표한 것도 예상보다 저조한 대출 실적을 감안해서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재단 설립 이후 7월 말까지 대출금이 17억원(179건)에 불과하다. 당초 계획했던 출연금 대비 10%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종잣돈’ 지원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 자격이나 절차·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획일적이어서다. 홍보가 덜 돼 있다, 아직 영업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미소금융사업은 햇살론같이 생계 지원 목적이 아니라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에 대한 무담보·무보증 대출 프로그램”이라며 “따라서 사업성 검토, 사후 관리 등이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은 기존 미소금융 지원 대상을 신용등급 7~10등급에서 5~6등급으로 확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미소금융 추가 지원 대상이 되는 사람은 5~6등급 200만여 명이다.



상명대 김규한(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서민금융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중앙재단의 지침에 의해 대출자격·조건 등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근무 직종이나 거주지역·가계소득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삼성은 화물지입차주·다문화 가정·노점상·편부모 세대주 등으로 대출 범위를 넓혔다. 미소금융사업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대출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한 것이다.



이순동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미소금융이라는 좋은 제도가 초기에 엄격하게 운영되다 보니 대출 실적이 부진한 게 사실이었다”며 “지입차주·전통 상인 대출 등 다양한 신규 상품을 마련한 만큼 대출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지만 우리도 삼성 사례를 참고해 대출 대상과 영업 지점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은=대기업들은 새 내각의 정책 기조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안테나를 세우는 한편 기존 상생 프로그램의 성과와 개선점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있다. 특히 재계의 대표 선수인 삼성과 현대·기아차가 이날 내놓은 상생 방안이 다른 기업들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다. LG그룹도 내부적으로 시행 가능한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18일 ‘포스코 패밀리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행사를 개최한다. 포스코가 1차 협력사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 자금·기술개발 지원, 현금 결제 제도 등의 내용을 알리고 이런 제도가 2,3차 협력업체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권장한다는 내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요즘 회사의 모든 관심은 상생 경영과 고객사와의 협력 등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각 계열사에 현재 시행 중인 협력업체 지원 방안 등을 일제히 점검해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대표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협력기금 확대 등을 모색 중이다. 한화도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취지에 호응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도 대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수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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