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야채 사듯 명품 사는 상하이 멋쟁이 잡아라

요즘 상하이 멋쟁이를 두고 ‘상하이니즈’라고 부른다. 파리지앵이나 뉴요커처럼 패션피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이다. 패션의 수도가 파리에서 뉴욕을 거쳐 상하이로 옮겨졌다는 상징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럭셔리 브랜드, 세계 패션 수도로 떠오른 상하이를 품다

지난해 말 홍콩의 일간지 ‘원후이바오’는 “중국이 세계 명품의 4분의 1을 소비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가 세계 명품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유럽의 조계지였던 황푸강변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상위 1%’의 상하이니즈를 호객하는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고고하던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상하이니즈를 향한 구애에 여념이 없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단편영화를 찍고, 스케일부터 남다른 플래그십 스토어를 진상한다. 상하이니즈만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마련하는 건 기본이다. 프라다처럼 아예 아시아 헤드쿼터를 상하이로 옮겨오기도 한다. 홍콩·도쿄가 아시아를 대표하던 시절은 저물어간다. 명품 브랜드들의 ‘상하이 연가’를 소개한다.



상하이=이진주 기자



자존심 접고 중국풍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다

옥으로 만든 용 비녀, 붉은 호랑이 가방, 12지신 펜던트…




1 스와로브스키가 상하이 피스호텔 리미티드로 제작한 2500만원대 ‘진룡’. 2 금색 패브릭에 동양화 같은 자수를 놓고 붉은 술까지 단 펜디의 ‘바게트 백’. 3 하이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컬렉션’ 귀고리에 빨간 칠을 했다. 4 1000여 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한 펜디 ‘B시계’. 빨간 시계 줄은 악어 가죽이다. 5 구찌는 세계 최대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빨간 실로 쌍용을 수놓은 ‘상하이 드래곤백’을 선보였다. 6 ‘중국 부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루이비통의 마작 세트. 7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박은 ‘마이 디올폰’. 66개만 한정 생산됐다. 8 동백꽃으로 양쪽 머리를 말아 올린 샤넬의 ‘와와(전통인형) 클러치’.
상하이가 아무리 최첨단 유행의 도시라지만 여전히 중국이다. 평소의 명품 브랜드였다면 절대로 만들지 않았을, 또 다른 나라에서라면 절대로 팔리지 않을 디자인이 ‘상하이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지난해 말, 상하이 황푸강 유람선에서 발표된 ‘샤넬-상하이 컬렉션’에서 금발 모델이 용 비녀와 술이 달린 귀고리를 선보였다.
천하의 샤넬도 상하이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12월 황푸강 유람선에서 발표된 ‘파리-상하이 컬렉션’에선, 금발 모델들이 누런 강물과 번쩍이는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인민군처럼 런웨이를 누볐다. 카키색 밀리터리 의상에 빨간 시퀸이 달린 2.55백(더블C 로고가 새겨진 시그니처 백)을 맨 채였다. 모델들은 동백꽃으로 양쪽 머리를 둥글게 말아올린 전통인형 ‘와와’ 클러치와 옥으로 만든 용 비녀, 엽전과 술이 주렁주렁한 목걸이를 차례로 소개했다. 압권은 한자로 ‘파리(巴釐)’를 수놓은 새빨간 목도리였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는 상하이 한정판 백과 의류·슈즈 등을 쏟아냈다. 무슈 디올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깊은 남색이 한정판의 ‘촌스러움’을 한풀 꺾었다. 파리와 상하이, 단 두 곳뿐인 ‘플래그십 부티크’ 개장을 기념하는 휴대전화도 내놨다.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를 고유의 ‘카나주(디올 체크)’ 패턴대로 박아 넣은 것인데, 난징시루의 최고가 명품 쇼핑몰 ‘플라자66’ 이름을 따 66개만 한정 생산했다.



구찌는 내놓고 중국적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더블G 로고가 새겨진 하얀 천에 빨간 실로 ‘쌍용’을 수놓은 ‘상하이 드래곤백’이다. 지난해 6월 난징시루 ‘골든이글 스퀘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면서 200개만 판매했다. 앞서 런던·뉴욕 정도가 이런 한정판을 만들 수 있었다. 펜디는 지난해 10월 플라자66에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버클을 형상화한 ‘B시계’에 다이아몬드·루비 1000여 개를 세팅해 내놨다. 페라가모도 가세했다. 지난 4월 푸둥지구 ‘국제금융센터(IFC)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매듭이 달린 빨간 가방 20개를 한정 판매했다. 중국 현대작가 쉬에쑹과 협업해 호랑이가 그려진 빨간 쇼퍼백을 내놓기도 했다. 프라다는 지난 4월 상하이 엑스포 한정 ‘미래도시’ 컨셉트의 키치스러운 쇼퍼백과 열쇠고리를 선보였다. MCM이 만든 팬더 열쇠고리는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하이주얼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반클리프 아펠은 2008년 시그니처 아이콘인 네 잎 클로버 모양 ‘알함브라 컬렉션’에 빨간색을 입혔다. 네 잎이 각각 사랑·행운·건강·부를 상징한다고 해 중국인들이 워낙 좋아하는 컬렉션이었다. 그걸 빨갛게 칠했으니 ‘완판’된 것은 당연했다. CEO 스타니슬라스 드 케를시즈는 “빨간색은 중국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티파니 디자이너 팔로마 피카소는 동양의 ‘12지신’에서 영감을 얻어 ‘차이니즈 조디악’ 펜던트를 내놨다. IFC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용과 호랑이, 돼지, 그리고 내년(2011년)을 상징하는 토끼가 다 팔려나갔다.



스와로브스키는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티파니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유서 깊은 피스호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분홍색 ‘장지린(중국 최초의 미스월드·톱스타) 시계’를 999개 만들었다. 앨리슨 파이라 그레이트 차이나(본토·대만·홍콩을 아우르는 범중화권) 대표는 “빨간색이 중국이라면, 분홍색은 젊고 여성스러운 상하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황금색과 붉은색·푸른색·초록색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아 넣은 57ⅹ13.5ⅹ38.1㎝ 크기의 2500만원대 ‘진룡’은 피스호텔 리미티드로 300개만 제작됐다.



단편 광고영화의 배경 아닌 ‘주인공’으로

샤넬·디올·프라다, 영화로 상하이에 대한 애정 고백




칼 라거펠트의 패션필름(패션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 ‘파리-상하이, 환상’에서 마담 샤넬이 옛 상하이를 여행하는 장면(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만든 디올의 패션필름 ‘블루 상하이’에서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동방명주 탑을 배경으로 연기했다(아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상하이는 미래적이다. 예전의 뉴욕이나 파리보다 훨씬 아방가르드하다”고 말했다. 하나 상하이는 여전히 과거를 껴안고 있다.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가득한 거리에는 세련된 상하이니즈들이 활보하는데, 뒷골목에선 1980년대의 남루한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린 채 걷는다. 국제적인 금융도시라지만 별 셋짜리 택시기사도, 일류 레스토랑 웨이터도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른다. 진정 매혹적인 건 야경이 아니라 상하이를 둘러싼 카오스적 ‘분위기’다.



상하이 연가의 결정판은 상하이를 ‘출연’시킨 단편영화다. 그 속에서 상하이는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파리-상하이 컬렉션에서 발표된 칼 라거펠트의 흑백영화 ‘파리-상하이: 환상’은, 생전에 상하이를 동경했으나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던 마담 샤넬이 꿈 속에서 중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지난 5월 공개된 디올의 ‘레이디 블루 상하이’는 시그니처 아이콘인 ‘레이디 디올 백’을 둘러싼 시네마 캠페인의 세 번째 시리즈다. 1탄은 파리의 에펠탑에서, 2탄은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에서 만들어져 더 상징적이다. 상하이가 파리·뉴욕을 계승하는 패션 도시로 승격된 것. 검은 머리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는 전형적인 아시안 엘리트 타입의 남성에게 팔을 붙들렸다. 서울랜드를 연상시키는 ‘동방명주 탑’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연출한 안개 속에서 신비로운 빛을 뿜어낸다.



프라다의 영화 ‘퍼스트 스프링’은 옛 상하이를 담고 있다. 지금의 상하이 못지않게 흥청망청한 활기와 퇴폐미가 가득했던 1920~30년대가 배경이다. 영화 ‘색, 계’에 등장하는 바로 그 거리다. 중국의 주목받는 비디오 아티스트 양푸둥은 이 흑백영화에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을 품은 채 도시의 뒷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프라다 옴므를 입은 남자들은 공중그네 타는 서커스 단원처럼 떠 있다. ‘한 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봄의 좋은 출발에서 시작된다’는 속담에서 제목을 따왔다.



세계 최고 수준 예술가 불러 화려한 쇼핑 공간 열다

매장은 또 하나의 명품, 핫 플레이스로 떠올라




요즘 가장 뜨는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가 ‘크리스털 숲’ 컨셉트로 디자인한 스와로브스키 플래그십 스토어(사진 위). 상하이 엑스포 프랑스관의 루이뷔통 코너. 2시간30분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간다. 3D 특수효과를 보는 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9년 중국의 명품 소비액이 94억 달러(1조800억원)라고 발표하면서, 향후 5년 내 146억 달러(1조6700억원)로 늘어나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두고 중국의 한 신문은 ‘야채 사듯 명품을 산다’고 비판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차이나의 권성룡 수석은 “중국 부자들 중에선 한 끼 1000만원짜리 식사를 별다른 의식 없이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상하이의 명품 쇼핑공간은 이런 부자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LVMH 그룹의 위그 비트보에 전 아태부문 CEO가 “매장은 부유층의 마음을 파고드는 한 방법”이라고 털어놓은 것과 같이 공간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한다. 중국판 럭셔리의 끝은 매장 그 자체인 셈이다.



‘중국 부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1위’(후룬리포트, 2009년 말 조사)인 루이뷔통은 1992년 베이징 반도호텔에 첫 깃발을 꽂으며 중국인들의 지갑을 선점했다. 지난 4월 유럽풍 명품거리 화이하이루에 문을 연 963㎡(291평) 규모 ‘글로벌 스토어’는 4만2000송이의 모노그램 꽃과 6000개의 LED로 외벽을 장식했다. 피팅룸은 당대의 가장 비싼 현대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거울로 꾸몄다. 루이뷔통은 자체 브랜드로 엑스포에도 참여했다. 프랑스관을 둘러싸고 여덟 겹으로 줄을 서, 들어가는 데에만 2시간30분이 걸렸다.



디올은 지난 5월 플라자66 건물에 세계에서 두 번째 플래그십 부티크를 열었다. 유명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카나주 패턴을 활용해 인테리어했다. 최근 호텔신라 이부진 전무가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만났다는 곳이 바로 여기다. 구찌는 플라자66의 옆 건물에 세계 최대(1600㎡·484평)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다. 19ⅹ43m 크기의 금색 유리 파사드(벽)를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에 비하면 에르메스는 다소 소극적이다. IFC몰과 플라자66 단 두 곳에 낸 매장도 각각 180~270㎡에 불과하다. 하나 자택 인테리어까지 의뢰할 정도로 ‘큰손’이 많아 2012년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메종’을 열 계획이다.



신생 명품들은 보다 전략적으로 들어갈 자리를 고른다. MCM은 지난 1월 상하이 최초의 현대식 건물 ‘스리 온 더 번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다. 스타 셰프 장 조지의 럭셔리 레스토랑, 아르마니 플래그십 스토어와 이웃한 ‘핫 플레이스’다. 내부는 청동판 3만 개로 만든 무게 200㎏의 골든 커튼을 장식했다.



스와로브스키가 선택한 피스호텔도 마찬가지다. 수십만 개의 크리스털로 만든 기둥 형태의 커튼과 샹들리에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냈다. 주목받는 작가 도쿠진 요시오카가 ‘크리스털 숲’이란 컨셉트로 꾸민 것이다. 7월 매장 오프닝 행사에만 ‘최소 1000만 위안(약 17억원)’이상을 쏟아부었다. ‘상하이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명품업계의 믿음은 확고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