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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중국 성공 이끈 기업가 정신

덩샤오핑이 개혁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중국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거론되는 것은 중국의 인구와 지정학적 위치,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공 신화가 중국 기업인들의 전통적 사업 방식에 힘입고 있다는 점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전통적으로 중국 사업가들은 약속을 이행하는 신용, 소비자와 기업 간의 감정 교류, ‘관시’, 즉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강조해왔다. 과감한 결단력과 시장 적응력, 성공을 향한 강한 추진력도 강조한다. 이는 조셉 슘페터의 혁신 이론과 상통한다. 그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보다 문화적 독자성을 띠긴 한다. 가령 19세기 후반 서구로부터 유입된 백화점이나 섬유제조업과 같은 근대적 비즈니스에 재빨리 적응하면서도 ‘중국식’을 가미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미국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를 중국인의 입맛과 생활 습관에 맞도록 현지화하기도 했다.

나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성공을 거둔 중국 기업들을 연구한 결과 다음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간 이하의 규모와 단순한 조직 체계, 가문 또는 혈연과 관련된 소유 구조,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지역적·국가적 경계를 넓혀주고 기회를 증진시켜주는 네트워킹, 전략적 유연성 등. 이런 특성들은 사업 규모가 너무 커져 정부의 주목을 끌기를 원치 않는 중국 상인들의 기질과 잘 부합한다.

중국 기업은 문화적 가치에 크게 의존한다. 기업 경영은 신뢰하기 어려운 법적·재정적 시스템보다는 신뢰관계가 구축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받으며 가족이나 친족에 의해 대부분 수행돼 왔다. 1980~2005년 세워진 2400만 개의 민간 기업 중 대다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예금계좌에서 자본금을 조달한 소규모 사업이다. 연간 매출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기업들은 모든 종류의 인허가나 자원·자금 조달에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당 간부들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여전히 가족 소유이거나 친족이 지배하는 구조다. 일부 민간 기업은 덩치가 커졌지만 국제 시장에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에 머문다. 더 규모가 큰 국영기업조차도 일본의 ‘게이레쓰’(기업계열집단)나 한국의 재벌에 비하면 덩치가 작다.

중국 기업은 급격한 유행의 변화와 기술 발전이 불러온 새로운 시장 경향에 잘 적응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효율적 의사결정 과정이 그들의 민첩성을 받쳐준다. 나아가 기업 전략과 생산 설비를 신속하게 재확립하고 단시간 내에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해 준다. 예컨대 중국의 휴대전화 회사들은 3세대 단말기를 미국보다 훨씬 빨리 공급했다. 그들은 중국의 농촌에서는 전화기 한 대를 여러 명이 나눠 사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한 대의 전화기에 복수의 계정을 갖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수천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덩샤오핑은 자신이 상상한 이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웰링턴 챈 옥시덴털대 교수
정리=예영준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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