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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 놓고 장난하냐 항의 빗발 … 볼 낯이 없다”

“법에 따라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지정이 됐는데, 두 달이 채 안 돼 취소를 하겠다니 황당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주춧돌을 놓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는데, 교육정책이 조령모개(朝令暮改) 식으로 바뀌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자율고 지정 취소’ 익산남성고·군산중앙고 교장 인터뷰

1일 홍철표(60) 전북 익산 남성고 교장과 김성구(61) 군산 중앙고 교장은 “교육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해 학부모·학생들 볼 낯이 없다”며 “학교 현장에서 신뢰성을 잃고 헤매는 우리 교육의 앞날이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친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교육청은 “남성고·중앙고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2일께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익산시 신동에 있는 남성고 교장실에서 만난 홍·김 교장은 “도교육청의 자율고 취소 방침이 흘러나온 뒤 학부모·학생, 지역 주민들로부터 ‘교육정책을 호떡 뒤집듯 하느냐’ ‘입시 준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이들 교육을 놓고 불장난하는 것이냐’는 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성고 진입로에는 ‘자율고 선정 축하’ ‘자율고 신입생 설명회’ 등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교육청으로부터 ‘자율고 취소’ 연락을 받았나.



“지정 취소 방침을 정했다는데, 아직 교육청으로부터 문서나 전화든 연락을 받은 게 없다. 신문·방송을 통해 알았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정책을 이처럼 쉽고 안이하게 처리하는 것이 안타깝다. 교육청이 일관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다. 도교육청은 6월 7일 자율고를 지정하고, 6월 24일에는 신입생 전형요강과 함께 ‘입시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내왔다. 이제 와서 백지화한다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한쪽에서는 자율고가 일부를 위한 특권교육이라고 얘기하는데.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교육이다. 익산시에서는 매년 4000~5000명의 주민이 타지로 빠져 나간다. 이 중 70~80%는 자녀 교육 문제로 이사를 간다. 군산시의 경우 공장이 들어서면서 인구는 늘지만, 우수 학생은 타지역으로 유출된다. 지방 명문고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지자체의 생존을 위한 명제다. 지역 주민과 도지사·시장·군수 등 단체장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학교의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차원에서도 천편일률적인 평준화의 틀을 깨야 한다. 바로 자율고의 존재 이유다.”



-앞으로의 대책은.



“10년간 준비해 자율고로 지정 받았다. 재단이 100억~200억원을 출연해 건물 리모델링, 교과과정 개편 등 한창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 법에 의해 자율고 지정을 받은 만큼 앞으로 신입생 모집·입시 등 정해진 절차를 법에 따라 하겠다. 입시설명회(남성고 5일, 중앙고 28일)를 예정대로 한다.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교육부와 협의해 적법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말해 달라.



“교육은 믿음과 약속이 전제될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전북 교육계는 지금 표류 중이다. 학력성취도, 교원평가 등 교육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극심하다. 학교와 학부모·학생, 교육청과 학교·교사 간의 신뢰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특히 교육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여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에게 고언을 한다면.



“전체를 아우르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전교조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교육정책은 전후좌우를 다 끌어안아야 한다. 새가 날기 위해 양 날개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교육의 장기적인 목표와 진로를 고민하기 바란다. 또 지역사회와 전체 교육가족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좌표 설정을 기대한다.”



익산=장대석 기자









대책 마련 나선 교과부



“자율고 취소는 교육법 위반 손배 요구도 가능”




친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익산 남성고·군산 중앙고 등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지정된 두 곳의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라는 법률적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 교육감이 자율고 취소를 공식화하면 시정명령 등 교과부 차원의 법적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전주 상산고를 제외한 전국 49개 자율고 교장의 모임인 전국자율고교장협의회도 김 교육감의 방침에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교과부 구자문 학교제도기획과장은 1일 “법률 검토 결과 행정법 판례상 김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자율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 3’에 “자율고는 지정시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지정 취소나 철회도 같은 효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교과부는 2일 김 교육감이 자율고 지정 철회를 결정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일정 기간 내(통상 한 달) 시정을 요구하고 철회 결정을 취소 또는 정지시킬 계획이다. 교과부 구 과장은 “남성고와 중앙고가 소속된 사학법인은 정부와 별도로 행정소송과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홍진석 교육국장은 “교과부의 견해가 합당한 것인지를 검토해 2일 최종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효력을 소멸시키는 행정행위에는 취소와 철회가 있다. 전북지역 자율고처럼 지정이 적법하게 이뤄진 경우는 취소가 아닌 철회가 된다. 남성고와 중앙고는 최규호 전 교육감이 올해 5월 30일 자율고로 지정했고 지난달 7일 고시를 마쳤다.



◆자율고 교장들 탄원서 내겠다=전국자율고교장단협의회는 2일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교과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탄원서에는 자율고가 정착해야 하는 시기에 ▶교육감이 함부로 이를 규제하거나 ▶법적 근간을 흔들 수 없도록 분명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길 예정이다. 협의회 김용만 회장(서울 한양대부속고 교장)은 “김 교육감 지정 취소 방침으로 해당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학부모와 학생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교장단 협의를 거쳐 법적 대응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진·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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