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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문학정신, 고향에 영원히 남기다”

장편『당신들의 천국』, 단편 ‘서편제’ 등으로 때로는 우리를 눈물 짓게 하고 때로는 반성케 했던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다. 2주기인 지난달 31일 오후 그의 고향,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마을에서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해 1주기 기념식 때 발족한 이청준추모사업회(회장 김병익)가 목표했던 두 가지, ‘이청준문학자리’ 개막과 이청준 문학전집 봉정식이 열린 것이다.

‘이청준문학자리’ 개막식이 지난달 31일 고인의 고향인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에서 열렸다. 생전 이청준은 이곳에서 득량만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곤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인,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문학자리는 단순한 문학비를 대신한 것이다. 약력과 초상 소묘 등이 새겨진 글 기둥, 그의 호 ‘미백(未百)’을 인장(印章) 형태로 큼지막하게 새긴 14t 무게 오석이 가로·세로 7X7m 크기 돌바닥 위에 놓인 형태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전집은 장편만 17편, 중·단편까지 합하면 150편에 이른다. 이 방대한 분량이 앞으로 5년간 34권의 책으로 묶인다. 1차로 그의 초기 걸작 ‘병신과 머저리’와 ‘매잡이’를 각각 표제작으로 하는 중단편집 두 권이 출간돼 이날 그의 묘소 앞에 바쳐졌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학평론가 김화영씨는 “수준 높은 장편을 누구보다도 많이 남겼으면서도 자신이 쓰는 소설 언어에 대해 반성했던 이”라고 평했다. 평론가 이광호씨 역시 “해방 이후 작가 중 최고라 할 만큼 작품의 폭과 양이 두텁다”라고 했다. 이청준 문학이 품고 있는 세계는 일반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폭 넓고 깊이가 있다는 것이다.

애초 추모사업회는 유족의 출연만으로 사업 경비를 대려 했다. 하지만 평소 이청준과 교분 있던 사람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모금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개인 277명, 경암교육문화재단 등 단체 6곳이 성금을 냈다. 이청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탠 것이다.

김병익 추모시업회장은 감회가 새로운 듯 추도사에서 “문학자리가 미백의 정신적 원형을 보여주면서 이청준 문학의 현존성을 영원히 증거해 줄 것”이라고 했다.

황지우 시인은 추도시 ‘거룩한 염치’에서 ‘당신, 이 세상에 오실 적/맨 처음 느낀 그 발가락은/간지러움이었나요/부끄러움이었나요’라고 익살스럽게 질문한 뒤 주요 작품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한 수레가 넘는 원고지를 한국문학 능선에 부려놓으셨으니/복 받은 것은 한국어’라며 이씨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기념식은 추모사업회가 주최하고 장흥별곡문학동인회가 주관, 장흥군·의회가 후원했다. 서울에서만 30명이 넘는 문인이 참가했다. 철학자 박이문씨, 시인 정현종·황동규·김형영·김광규·감태준·문충성·문정희·송수권·곽재구·나희덕·장철문·신현림·위선환씨, 소설가 최일남·김승옥·한승원·송기숙·윤후명·현길언·김용만씨, 평론가 김치수·오생근·권오룡·홍정선·정과리·장경렬씨,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 정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영화감독 임권택·이창동씨도 모습을 보였다.

문학자리 앞으로는 드넓은 득량만이 펼쳐져 있다. 일대는 ‘눈길’ ‘선학동 나그네’ 등의 무대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생전 이청준이 즐겼다는 전통무용·판소리 공연이 펼쳐졌다. 득량만 바다 위로 이청준의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장흥=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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