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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송콘텐트 글로벌화하려면 규제 개선해야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그 수출의 상당 부분을 정보기술(IT) 제조업이 담당해 왔다.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47%, 휴대전화는 약 30%로 IT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이 다수여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더 큰 서비스나 콘텐트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기업이나 브랜드를 배출하지 못했다. 시장점유율도 미미하다. 세계 디지털콘텐트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7%, 소프트웨어 시장은 1.5%에 불과하다. 정부는 방송콘텐트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콘텐트 산업 육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을 확충한다는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비스·콘텐트 기업들은 사실상 작은 국내 시장에서 안주하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처지에 가깝다.

타임워너·뉴스콥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자국 내에서 확보한 수익을 발판으로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미 방송콘텐트 시장은 국경 없는 시장이 됐다. 우리나라도 미국·유럽연합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가시적인 공략 대상이 됐다. 심지어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도 주요 방송사에 직간접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국 출신 대형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방송콘텐트 기업들은 어떻게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해 세계 미디어 시장이라는 바다를 누비는 고래 같은 대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콘텐트 비즈니스는 하나의 복합적인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 하나인 규제제도가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종의 걸림돌(Reverse salient)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방송법이나 방송법 시행령상의 강력한 소유 및 겸영 규제 때문에 방송콘텐트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바람에 우리나라 방송콘텐트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의 연매출은 약 50조원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료 방송채널 사업자는 전체 유료 방송채널 매출의 33%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없다. 또 케이블TV가 방송채널을 편성할 때 특정 방송채널 사업자의 채널이 20%를 넘을 수 없고, 케이블TV들이 운영하는 방송채널이 3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 자본력이나 제작 능력을 갖춘 대형 방송콘텐트 사업자의 등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들이 중첩돼 있고, 수치 기준의 설정이 자의적이다. 이것은 융합과 규제 완화라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방송콘텐트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방송법과 그 시행령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송콘텐트 기업들이 자유로운 M&A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나라 방송콘텐트 기업들이 규모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서비스·콘텐트 산업의 발전이나 경제 성장은 요원해진다. 국내 시장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공세로부터 지켜내기 어렵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남아 있는 13척의 배로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오늘날의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는 작은 배 13척으로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라는 큰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 항공모함이나 대형 구축함에 상응하는 대형 방송콘텐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제반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 우리나라 방송콘텐트 기업들이 체급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방송콘텐트 기업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바다를 누비는 고래가 될 것인가는 결국 상당 부분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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