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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방통행식 교육정책은 교육 불신 부른다

주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들이 일선 교육행정 지휘봉을 잡은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이 기간에 학교 현장과 교육계가 겪은 혼란은 결코 적지 않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진보 교육감들이 주요 교육 현안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 학생 인권조례와 체벌 금지 등을 둘러싼 대립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엊그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을 취소키로 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의 일방통행식 교육정책이 어디까지 갈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 교육감의 자율고 지정 취소 방침은 무엇보다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不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온당치 못한 처사다. 두 학교는 지난 6월 전임 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협의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자율고로 지정됐다. 해당 학교들은 이달 중 입학설명회를 마치고 10월 원서 접수, 11월 초 입학전형을 하는 등 신입생 선발 일정을 짜놓은 상태다. 이런 마당에 새로 취임한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면 학교와 학생·학부모가 교육정책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당장 해당 학교들부터 자율고 운영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 입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가 걸린 교육정책을 장난처럼 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니 기막힐 노릇이다. 전국 49곳 자율고교장단협의회도 “자율고 지정 취소 방침으로 해당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학부모와 학생도 불안에 떨고 있다”며 김 교육감과 교과부에 탄원서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선 학교들이 교육청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는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자율고 도입 취지는 학교 다양화와 자율성 강화를 통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할 수 있어 교과별 특성화, 집중이수제, 맞춤형 수준별 수업, 교과교실제, 무학년제 등 특색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제도다. 자율고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교육의 양극화·계층화를 초래하는 특권 교육에 반대한다”는 교육철학을 앞세워 자율고 발목 잡기에 나선 것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방교육의 수장(首長)인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런 만큼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나 교육철학만 고집해선 안 된다. 교육감의 성향이나 철학에 따라 모든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이 반복돼선 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 교육감은 자율고 지정 취소 방침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학생·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 교육정책으로 실천하는 게 교육감의 기본 책무라는 걸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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