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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서 딱 5분 뛰고 이승렬이 훌쩍 컸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딱 5분 뛰었다. 하지만 5년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FC 서울의 차세대 킬러 이승렬(21·사진)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월드컵 무대 경험을 통해 여유가 생겼다. 동료를 활용하는 시야가 넓어졌고 드리블은 한층 과감해졌다. 이승렬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스코컵 준결승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두 골 모두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골은 침착했다.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수원 골키퍼 이운재와 1대 1로 맞서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았다. 공 아래를 찍어차 가볍게 이운재의 키를 넘겼다. 두 번째 골은 과감했다. 김태환의 전진패스를 받아 논스톱으로 차 넣었다.

첫 번째 골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월드컵을 통해서 여유가 생겼다. 첫 골 같은 경우 이번 월드컵을 통해 내가 발전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위의 칭찬이 쏟아진다. FC 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은 “대표선수라면 뭔가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이승렬은 대표선수다운 골을 넣었다. 어린 나이에도 플레이가 노련하다.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동료 공격수 데얀은 “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FC 서울을 대표할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후반 42분 박주영과 교체 투입돼 47분까지 5분간 뛴 게 이승렬의 월드컵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40일 넘는 합숙기간이 그를 키웠다. 롤 모델로 삼은 박주영(모나코)과 이청용(볼턴)의 합숙생활과 훈련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 둘 다 FC 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들이다. 하지만 유럽 무대를 경험한 두 선배는 K-리그 때와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있었다.

이승렬은 합숙훈련에서 박주영의 어깨를 만져보곤 깜짝 놀랐다. 돌덩이처럼 단단한 그의 어깨는 프랑스에서 단련된 것이었다.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던 박주영이 대표팀의 원톱을 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터미네이터’로 변신한 몸에 있었다. 이청용의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플레이를 보면서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돌아봤다. 이승렬은 귀국 후 전문적인 웨이트 훈련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외부에서 개인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이청용처럼 간결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열심이다.

스물한 살에 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얻었던 이승렬은 행운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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