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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승리 직후 정 총리 사의 … 친박 의식한 명예 퇴진?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10개월 만인 29일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박영준 국무차장 등 총리실 고위 인사들은 물론이고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도 이날 오전에야 총리의 사퇴 회견을 알았다고 한다.

정 총리는 출근한 뒤 핵심 간부들을 불러 두 차례 회의를 하고 회견을 준비토록 지시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감회에 젖은 듯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오종택 기자]
참석자들은 “총리가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의 프리 핸드(free hand)를 주기 위해 결단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청와대와도 그동안 좋은 관계로 잘 지냈다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6·2 지방선거 다음 날 이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고, 그 이후엔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정 총리가 주도해 만들었던 세종시 계획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직후인 6월 30일엔 “책임지겠다”며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사의 표명 후에도 의욕적으로 일해 온 건 이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명예롭게 물러나야 한다”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물러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면에 처한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다.

그런 가운데 28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정 총리는 그걸 보며 “지금이 물러날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한다. 그는 여당의 승리가 확정된 28일 밤 제자 그룹을 포함한 지인들과 거취를 의논한 다음 사퇴 결심을 했다고 총리실의 한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그리고 29일 오전 청와대에 사퇴 회견을 하겠다고 알렸다 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가 사임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오늘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알려줬고, 임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여당의 승리로 대통령이 편한 입장에서 정국 구상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총리가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정 총리는 ‘상황이 안 좋을 때 그만두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며 “정 총리의 사퇴 회견은 독자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근 정 총리는 친(親)서민 정책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했다. 교육·과학 분야 개혁도 강조하는 등 의욕도 넘쳐 보였다. 그런 가운데 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자 그의 유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허를 찌르듯 사퇴 회견을 했다. 그건 총리로서의 역할이 끝났다고 스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자신이 뭘 하든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회견에서 “제가 생각했던 일을 이뤄내기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말한 건 그런 속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총리실에 남아 있으면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정 총리가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글=채병건·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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