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정일 “전라도 태생이라 집요하군요” 김대중 “김 위원장도 전주 김씨 아니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역정을 담은 『김대중 자서전』이 29일 공개됐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 전 대통령이 2004년부터 41회에 걸쳐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바탕으로 각각 708쪽, 648쪽 분량의 자서전 1, 2권을 내놓았다. 책에는 ‘출생의 비밀’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한 소회, 남북 정상회담 비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까지 담겨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서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서 일절 말하지 않았다.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침묵’했다.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을 감춘다 해서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고, 나 또한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2004년 8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자를 빼주며 자리를 권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004년 찾아왔을 때 느꼈던 ‘기쁨’도 적었다. “박 대표는 뜻밖에 아버지 일에 대해 사과했다.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보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 드립니다’. 나는 그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박정희가 환생하여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 사과는 독재자의 딸이 했지만 정작 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와 관련해선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며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99년 10월 ‘부산민주공원’ 개원식에 참석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대로 가면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자신을 비난하자 “뒤에 들으니 김 전 대통령은 이보다 더 격렬하게 나를 비난하는 원고를 준비했단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하필 그 부분의 원고가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왜 바람이 그런 훼방을 놓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비화도 공개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선언문을 ‘임동원·김용순’ 명의로 발표하자고 했지만 적극 설득해 두 정상 명의로 선언문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대통령이 전라도 태생이라 그런지 무척 집요하군요”라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전라도 전주 김씨 아니오”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원 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개헌’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오랫동안 대통령중심제를 지지해 왔다. 진정 원하는 것은 정·부통령제였다. 정·부통령이 있다면 한쪽이 개혁적이라면 다른 한쪽은 보수적인 인물일 수 있고, 한쪽이 동쪽 출신이면 다른 한 사람은 서쪽 출신일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도 정·부통령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5년 단임제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이제 민의를 따르지 않는 독재자는 민의로 퇴출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과거 건설회사에 재직할 때의 안하무인식 태도를 드러냈다” “통일부, 과기부, 정통부, 여성부 등이 폐지 및 축소되는 부처로 거론됐다. 내가 보기로는 현재와 미래에 우리를 먹여살릴 부처였다. 그 단견이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고 평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최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희호 여사를 방문했을 때 약속한 대로 이희호 여사가 직접 사인한 자서전을 이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자서전에 포함되지 못한 미공개 일기장과 구술 녹취가 많다고 전했다. DJ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언론 시사만화에 자신의 코가 늘 크게 그려지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크게 그려지나.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도 했고, ‘DJ’라는 이니셜을 굉장히 안 좋아해서 김영삼 대통령에게도 YS란 말을 안 썼다”며 “여러 에피소드를 자서전에 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자서전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이 보낸 서문이 실렸다. 일본어판·중국어판도 곧 나온다.

백일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