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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암 치료에 학비 보탠 딸 “제가 대학 꿈꾸는 건 욕심인가요”

“얼마 전 딸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과 전공을 말하며 ‘엄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가’라고 묻더군요. 그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될 거야.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없었어요.”

구모(53·인천시 숭의동)씨는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고 있었다. 구씨는 본지가 초·중·고생의 공부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무료로 진행 중인 ‘2010년 공부의 신 프로젝트(공신 프로젝트)’에 참가 신청을 한 김모(17·여고 2년)양의 어머니다.

그는 지난해 말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일용직 근로자인 남편은 수입이 일정치 않아 늘 살림이 쪼들린다. 그나마 이웃집의 어린아이들을 돌봐주며 매달 푼돈을 벌던 일도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그만뒀다. 딸아이의 대학 등록금 조로 조금씩 모아 두었던 돈도 모두 암 수술비로 써버렸다. 수입이 줄고 형편이 더 어려워져 딸아이는 유일하게 다니던 영어학원마저 1학기 초에 그만둬야 했다.

구씨는 “암으로 아픈 것보다 딸아이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주는 게 훨씬 마음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얼마 전 딸아이의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와 면담을 했다. 딸의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제법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지기 전인 1학년 때는 전교 2등까지 했지만 이번 시험에는 이과생 중에서 10등이었다.

구씨는 “학원도 못 보내고 아무것도 못해줘 성적이 떨어졌구나 생각하니 맘이 아파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중앙일보에서 ‘공신 프로젝트’ 기사를 읽었다. 대학생들이 무료로 멘토링을 해준다는 내용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구씨는 딸과 상의해 바로 신청했다. 그는 “어떻게든 아이의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양도 “영어나 국어는 혼자 해도 되는데 수학은 너무 힘들다”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은 아픈 어머니와 일용직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자신보다 어렵고 아픈 사람들도 치료해주고 싶다고 한다.

본지가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공신 프로젝트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16일부터 참가자를 모집 중인데 29일 현재 전국 곳곳에서 82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인터넷(www.mentorkorea.co.kr)을 통해 신청했다. 멘토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나선 대학생도 1100여 명을 넘어섰다.

많은 신청자만큼이나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도 많았다. 주부 민모(42·경기도 안산시)씨는 얼마 전 자신이 배달하던 중앙일보에서 ‘공신’ 관련 기사를 봤다. 자폐성 장애 1급인 아들 때문에 낮에는 일할 수 없어 새벽에 우유와 신문 배달로 생활비를 보태오던 터였다. 그런 민씨에게 유독 맘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었다. 낮에는 아들을 돌보고 밤에는 새벽 일 때문에 일찍 잠들다 보니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에게는 신경 쓸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딸에게 사교육을 시킬 형편은 더더욱 안 됐다. 남편이 실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폐아인 오빠의 영향인지 딸아이는 유독 숫기가 없었다. 집중력도 점점 떨어져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민씨는 “딸을 너무 외롭게 둔 것은 아닌가 싶어 늘 미안하다”며 “아이가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원자 중에는 지난해 발생한 ‘용산재개발 사건’의 유가족도 있다. 서울자동차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6)군은 지난해 할아버지의 시신을 모신 영안실에서 고입을 준비해야만 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군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고 싶고 홀로 계신 할머니께도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사연을 적었다.

실제 올해 3월부터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1학기를 마무리하며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왔다.

경기도 부천시 송내고 최아영(16)양은 “공신 아니었으면 힘들어 공부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잠시 슬럼프에 빠져 활동을 그만뒀는데도 계속해서 등불 역할을 해주시는 대학생 언니, 공신 관리자분들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적었다. 중2 학생을 지도한 성균관대 김현승씨는 “수학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학생이 이번 기말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20점이나 올라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했다고 알려왔다”며 뿌듯해했다. 멘토로 참여했던 대학생 고명준씨는 “가수 지망생 학생에게 논술 지도를 했는데 논리력이 많이 좋아졌다”며 “예전에는 진로 문제로 어머니와 자주 마찰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수가 되고 싶은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어머니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2학기 무료 프로그램 확대=초·중·고생 2000명과 대학생 2000명의 1대 1 멘토링, 공부개조 클리닉(한 달간 수능 1개 등급 올리기), 교육전문가 100인의 온라인 상담 등이다. 1대 1 멘토링은 다음 달 6일까지 참가신청을 받는다. 문의 중앙일보 교육법인 02-3469-0801.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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