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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 창립 15돌 맞은 심재명 대표

자그마한 몸집에 여성스러운 외모의 심재명 명필름 대표. 하지만 술자리에서 남의 술잔 가득 차 있는걸 못 보고 다른 사람이 먼저 술값 내는 걸 못 참는, 충무로의 알려진 애주가다. [오종택 기자]
명필름 심재명 대표(47)를 만난 건 20일, 영화 ‘이끼’가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무렵이었다. ‘이끼’의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와 심 대표의 명필름은 19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본거지로 꼽힌다. 두 사람은 한국영화에 ‘기획’의 개념을 도입한 ‘프로듀서 1세대’중 최근까지 ‘창작공장’을 맹렬히 가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명필름이 다음달 7일 창립 15주년을 맞는다. 수많은 영화제작사들이 생겨났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가운데 15년간 이름을 지켜온 건 드문 일이다.

명필름이 낳은 ‘자식’들은 30편. 창립작 ‘코르셋’을 비롯해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원조 격인 ‘접속’(97년), 전도연을 충무로의 우량주로 띄워올렸던 ‘해피엔드’(99년), 남북문제를 휴머니즘으로 감싸안았던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의 감동스토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등이다. 명필름은 15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2∼5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접속’‘공동경비구역 JSA’‘와이키키 브라더스’‘광식이동생광태’등 네 편을 재상영한다. 영화에 쓰였던 OST 16곡을 담은 기념음반도 발매됐다.

명가의 안주인을 만났으니, 자식농사의 비결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을 결정할 때 스스로에게 세 가지를 물어요. 첫째, 내가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은 얘기인가. 둘째, 남들도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인가. 셋째, 그렇다면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뭘까.” 나는 간절한데 남들은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41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임순례 감독의 ‘우생순’이었다. 회사 직원들부터 반대가 심했다.

“아줌마가 핸드볼 하는 영화니 70만 명 들면 잘 들 거라고 다들 그랬죠. 그런데 제가 그 경기(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를 보니 저런 게 영화가 안 되면 뭐가 되나 싶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편타당하고도 진심 어린 이야기잖아요. 황기성 사장님(전 서울영상위원장)이 ‘우생순’을 칭찬하면서 그러셨어요. ‘남들이 안 하는 이야기에 기회가 있다’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위험한 길이고 더 치열하게 가야 하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구미호 가족’처럼 -90% 수익률을 기록한 참패작도 있어요. 하지만 단 한 편도 제 자신이 내키지 않는데 트렌드가 이거니까, 이런 식으로 한 건 없어요.”

15년 동안 그는 두 번의 드문 경험을 했다. 신문의 ‘문화면’에 소개되는 게 보통이던 영화 기사가 ‘사회면’으로 이동해 국민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 ‘JSA’와 ‘우생순’ 덕분이었다. “‘JSA’는 남북공동선언과 맞물리면서 폭발했죠. 국민 정서 속에 분단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어요. ‘우생순’은 이제 보통명사처럼 쓰이잖아요?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지만 이렇게 사회적으로 뭔가를 환기시키고 순기능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놀라웠고 한층 더 책임감을 느꼈죠.”

올 추석에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가족영화다. 동화작가 황선미의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다. “늘 우리 딸(중학생)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 만들어야지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잎싹’은 원작을 읽었을 때 으악, 이런 게 다 있네 싶었죠. 알을 스스로 품어 병아리를 낳아보겠다는 암탉의 자유의지와 자기정체성에 대한 도전정신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책 보는 내내 눈물이 났죠.”

오십을 바라보는 영화 프로듀서. 20대 관객이 주를 이루는 영화 시장에서 이제 할머니 소리 듣는 건 아닐까. “보고 나서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영화가 점점 좋아져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는 젊은 제작자들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요. 감각이 무뎌진다고 걱정하기보단 인식의 수준을 높이려고 공부하고 노력해요.” 그러면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인용했다. “나이 먹는 건 늙는 게 아니라 나이 안에 더 많은 걸 갖는다는 걸 아는 것”이라는. 더 많은 걸 나이 안에 갖게 된 그가 보여줄 명필름의 또다른 15년은 어떤 영화로 채워질까.

글=기선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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