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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 개입 논란] 대·중소기업 격차로 경제사회 갈등 불러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공급하는 제품의 납품단가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 격차 등이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납품단가가 너무 낮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시장경제 구조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과 소비자 각자가 최대한 싸게 사서 최대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납품단가가 너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 격차 등 성과 격차로 인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서다.

한국과 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평균 8%대였다. 독일은 대기업 5%, 중소기업 7%대여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대기업 9%, 중소기업 7% 수준이었고 한국은 대기업 7%, 중소기업 4% 수준이었다. 한국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 수준으로, 모든 비교 대상 그룹에 비해 가장 낮았으며 대기업과의 격차도 가장 컸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을 100으로 했을 때 영국·프랑스·미국은 70~80, 독일은 90 정도인 반면 한국은 50~60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임금 격차는 경제사회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또 네트워크 경제로 일컬어지는 현대 경제에서 네트워크의 약화를 초래하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대기업 대부분은 제품과 서비스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부의 협력 기업에 의존한다. 수많은 협력 기업으로부터 부품과 장비를 공급받아 기업 내부에서는 완성 작업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된 완제품은 전 세계에 구축한 유통망을 통해 팔린다. 이런 네트워크가 대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것이다.

네트워크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은 대표적 사례가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부품업체에 대한 납품단가를 과도하게 인하하면서 브레이크 불량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 도요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추락했고, 회복하기 어려운 큰 손실을 봤다.

반면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만든 애플은 현대의 네트워크 경제에서 대기업이 가야 할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앱스토어라는 큰 시장을 열어 줬다.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한 제작자들은 판매가의 70%를 자신의 수익으로 얻는다. 과거에 이동통신 업체들에 종속돼 기를 펴지 못했던 프로그래머들은 앱스토어에 열광했고, 아이폰의 극적인 성공을 세계에 알리는 시발점이었다.

오늘날 한국 경제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출현과 성공은 기업과 국민, 정부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소수 대기업을 집중 육성했던 정책이 성공하고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또 다른 성공과 번영을 준비해야 한다. 애플의 사례에서 봤듯이 네트워크 경제시대에 걸맞은 대·중소기업 간 공생 경제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무엇보다 납품단가 조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에 대기업에 힘을 모아 줬듯 이제는 중소기업들에 정책의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자와 약자를 그대로 두고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항구적인 효과를 얻기 어렵다. 공생의 구조를 고민할 때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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