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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통~하였느냐

요즘 유행하는 ‘킬 힐’의 반쯤 되는 높이의 구두를 두어 시간 신고 폼 좀 냈더니, 허리 디스크가 도져 버렸다. 뼈라는 뼈는 모두 부실해서 높은 구두는 일찌감치 포기했었는데 잠깐은 괜찮겠지 했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몸을 비틀어 가면서 거울을 보고 허리에 파스를 떼었다가 붙였다가 하며 뒤뚱거리는 내 옆에서, 남편은 외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야속해서 한마디 했다. 허리가 아파 죽겠는데 신경 좀 써달라고. 저녁에 퇴근해 들어온 남편. 나를 끌고 어디론가 가잔다. 집 앞에 있는 마사지 숍이다. 함부로 뼈를 만지면 탈날까봐 한사코 거부했더니 예약해서 취소를 못 한단다.

그날 두 시간을 받고 나와서 다음 날은 방바닥을 기어 다녔다. 마사지 받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아픈 뼈를 잘못 만진 모양이다. 그저 약이나 바르고 엄지로 몇 번 꾹꾹 누른 다음에 파스나 제자리에 붙여달라는 얘기였는데 잘못 알아들었나 보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결국 돈 버리고 몸만 버렸다. 허리 아파 죽겠다는데 옆에서 무신경하게 외출 준비만 했던 자기가 밉상이었겠다고 뉘우치는 남편. 남편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약 바르고 파스 좀 붙여달라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나. 둘 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 못 한 탓이다. 돈 축내고 몸 버리고 후회하기 전에 소통(疏通)의 방법을 알 걸 그랬다.

소통의 달인이 되는 법? 소통.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오해가 없이 잘 통한다는 뜻이라는데. 내 생각이 상대방에게 오해 없이 잘 통하게 하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상대방을 파악한 후에, 나 아닌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나 아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주면 되지 않겠나 싶다. 소통의 기술. 손님 접대할 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손님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접대하는 마음과 매한가지인가 보다.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민. 국가와 국가. 여러 다른 관계에서도 소통이란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채식주의자에게 스테이크를, 동물애호가에게 모피 옷을 선물했다면 소통이 막힌 것이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다른 방식의 설명이 필요한 것이니 소통의 부재다. 내가 유머라고 던진 말 한마디가 남에게 상처를 주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면 이것 또한 소통의 문제 때문이다.

소통이 단절되어 생기는 세상의 모든 문제들. 혈과 기가 잘 통해 혈기왕성하던 몸이라 할지라도 소통이 안 되게 되면 그때부터 병이 들기 시작하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관계 지속이 힘들게 되어 부부는 이혼을, 개개인은 원수 사이가 될 것이고,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신뢰가 상실돼 더 이상의 믿음이 존재하지 않게 되며,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최첨단 인터넷의 발달로 소통의 통로는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자살은 더 많아지는 것을 보면 소통에도 테크닉이 필요한 모양이다. 소통이 안 돼서 생기는 국내외의 모든 문제들. 소통을 통해서 시원하게 뻥 뚫어보자. ‘소통이란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임을 명심하며 말이다.

엄을순 문화미래 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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