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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아났다지만 … “형편 나아졌다” 중소기업 절반뿐

“대기업에서 기술과 공정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비용은 우리 몫이었죠. 하지만 공정 개선 후 원가가 떨어지자 그만큼 납품가를 깎았습니다.”(A전자부품회사)

“납품 후 60일 이내에 대금을 줘야 하는 법 규정을 지키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됩니다. 대기업이 대금지급 시한을 넘기면 지연이자를 줘야 하는데 당국의 조사에 대비해 연말에 지연이자를 줬다가 연초에 다른 통장으로 재입금하도록 하는 편법까지 쓰더군요.”(B기계부품회사)

정부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 때 쏟아진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지만 2028개에 이르는 조사 대상 중소기업 가운데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답한 곳은 절반(50.3%)에 그쳤다. 인력과 자금난도 도통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중소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거래하는 대기업들의 횡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자동차 부품회사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도 완성차 업체가 도통 납품가를 올려주지 않아 5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이 회사는 결국 거래가 끊길 것을 각오하고 완성차 업체에 항의하는 중이다.

한 전자부품업체는 원청업체로부터 생산설비를 늘리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지만 정작 주문은 경쟁회사에 해 5억원의 투자금만 날렸다. 하지만 당국의 하도급 관련 조사가 시작되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들이 전화를 걸어 답변 지침을 내려준다고 한다. 이런 딱한 사정이 세상에 알려질 길조차 막힌 셈이다.

인력수급 문제도 큰 애로사항이었다. 대기업과의 임금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신입사원들을 뽑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방 기업들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는 3년 전 대졸 공채로 연구인력 19명을 뽑았지만 지금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원주로 본사를 이전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연구인력을 붙잡아두기 위해 수도권에 별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려운데 외국인 근로자 채용 한도까지 줄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고민을 호소하는 회사도 많았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지만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여전히 빡빡했다. 원자재 구입 등 자금 수요는 증가하는데 정책자금은 쥐꼬리만 한 규모고, 보증이나 대출심사는 한층 강화돼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 선박 부품회사 대표는 “돈 쓸 일은 더 많아졌는데 은행과 보증사에서 조선업종이라는 이유로 대출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으로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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