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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없다, 방패도 없다 … 중소기업의 불만 두 가지

최근 대기업을 향한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원자재 값 인상 같은 납품단가 변동요인을 제때 반영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이 개척한 틈새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납품가격 협상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으로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되기도 하고, 가격담합을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까지 개입하면서 이래저래 사안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강조한 이후 관련 정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에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 실태조사 등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정례보고에 참석해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이 대통령, 백용호 정책실장. [조문규 기자]
#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 달라”

3.7%. 최근 철강·골판지 등 원자재 값 인상 요인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해 준 대기업의 비율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208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44.3%)은 올해 원자재 값이 20% 가까이 급등했음에도 납품단가를 전혀 올려받지 못했다.

볼트·너트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최근 2년 새 철강 값이 70% 이상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 대기업 협력회사라는 게 자랑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골판지업체 B사의 김모 대표는 “대기업에서 거래처를 바꾼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 우리 같은 처지에선 (납품단가가 오르지 않아도)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원자재 값 변동이 있을 경우 하도급업체와 원사업자 간 가격 협의를 하도록 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대기업의 보복 우려 등으로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조정 협의에 대한 권한을 관련단체인 협동조합 또는 중기중앙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 서병문 부회장은 “상대적 약자인 개별 중소기업이 협상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협동조합 등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선 청장도 “조합이나 단체가 협력사를 대신해 대기업 등과 납품단가 협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29일 객관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참여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회’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도급법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납품단가 협상에 조합이나 단체가 나서면 가격담합 우려가 커진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제품마다 특성과 기술, 가격 결정요소가 다른데 이 문제를 제3자가 조정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반발했다. 

# “중소기업 영역 침범하지 말라”

“대기업 계열 KeP는 서울과 대구에 장갑·곡괭이를 파는 매장을 열었다. 대기업이 철물점을 하는 셈인데, 이러다가 영세 소상공인이 다 죽는 것 아니냐.”(유재근 산업용재공구상협회장)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가 중국 메이디(美的)에서 만든 전자레인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와 팔고 있다. 엄청난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연 1000억원대 시장에 숟가락을 얹다니….”(익명을 원한 C업체 대표)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공략.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또 다른 이유다. 골목 상권을 놓고 대형 유통회사의 기업형 수퍼마켓(SSM)과 중소상인 간의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최근엔 대기업 계열 서브원, KeP 등 소모성자재(MRO) 회사가 건자재 유통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막걸리·인쇄·웨딩·레미콘 시장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성낙중 전무는 “거대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의 영역 확장이 중소기업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사업영역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장치가 ‘사업조정제도’다. 대기업의 사업 일정을 늦추거나 시설·취급품목 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219건이 접수돼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조정 결과는 대부분 대기업에 시간을 벌어주기일 뿐 별 효과가 없다”고 항변한다.

일부에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형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금지한 것으로 1979년 도입됐다. 그러나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6년 말 완전 폐지됐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을 위해 보호막을 친 결과 해당 기업의 기술개발이 더디고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국가경제 전체로 봐도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숭실대 박주영(중소기업학) 교수는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 인재 육성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글=이상재·김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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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