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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침구와 민간요법

동의보감의 허준은 ‘침구(鍼灸)’보다 ‘약(藥)’에 강했던 듯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허준이 선조에게 “소신즉부지침법(小臣則不知鍼法)”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침을 잘 놓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겸양이었거나 약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일 게다. 동양의학에선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 한다. 급하면 침이고, 다음은 뜸이다. ‘일침기사회생(一鍼起死回生), 이구만병능치(二灸萬病能治)’인 것이다. 약은 세 번째인데, 약 중의 최고가 ‘밥’이다. 평상시 건강을 챙기는 게 최고란 지혜다. “밥이 보약”이란 말을 한의사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침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 왔다. 그 기원은 석기시대로 올라가는데, 뾰족한 돌 침으로 화농을 터뜨려 고름을 짜낸 것이 효시다. 이후 철기시대까지 재료에 따라 골침(骨鍼), 죽침(竹鍼), 도침(陶鍼)으로 발전한다. 뜸도 널리 쓰였다. 중국 전국시대 의학서적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북방인은 장이 차가워져 창만병(脹滿病)이 잦은데, 쑥뜸이 마땅하다”고 했다. 맹자도 오랜 병엔 ‘기치이침애(其治以鍼艾)’라고 했다. 이 역시 쑥뜸이다. 시조모 웅녀(熊女)에게 주어진 쑥은 생명 회복의 ‘약초’였던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엄마 손’이 최고의 뜸이다. 배탈과 열에 즉효다.

탈이 나면 ‘단방(單方)’ 약이다. “저혈압에 생강차와 부추, 기관지염에 오미자, 비만증에 녹두·다시마, 니코틴 질환에는 김, 탈모에 마늘즙, 만성대장염엔 도토리….” 평양의대 ‘김일성장수연구소’ 출신 한의사 석영환씨가 밝힌 ‘북한의 민간요법’이다. 전래의 민간요법은 침침한 눈에는 소의 간이나 결명자를 곁들인 토끼 간 또는 돼지 간을 추천한다. 의학적으로 분명한 것은 ‘야맹증’에는 ‘비타민A’가 필요한데, ‘간’에 많다는 것이다. ‘식후불연초(食後不煙草)…’도 마찬가지다. 니코틴은 장(腸)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효소다. 선조들이 이들 성분과 효과를 분석해 봤을 리 없다. 경험상 노하우의 축적인데, 이게 민간요법이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침뜸의 대가 구당(灸堂) 김남수옹의 제자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기존 의료법의 손을 들었다. 명의(名醫) 편작이나 화타가 와도 의사면허가 없으면 불법 ‘돌팔이’다. 그나마 위헌 의견이 5대 4로 많아 민간요법에 숨통이 조금은 트인 걸까. 김옹은 제주도로 침뜸연구소를 옮긴다고 한다. 불법이라는 데도, 북새통 항공편이 더욱 빡빡해질 것 같다.

박종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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