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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정학·학부모소환도 가능한데 … 교육계, 체벌 대체제도 고민

서울 영등포구의 D중학교는 최근 전체 교직원 58명이 모여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교사들로부터 학생 다루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장시간 논의 끝에 수업시간에 심하게 떠드는 등 문제 학생을 교실 밖의 별도 공간으로 내보내 명상토록 하자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학교의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그동안 꺼려 왔던 교실추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 D중은 조만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학칙을 바꿀 예정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체벌 전면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일선 학교는 물론 교육계가 체벌 대체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체벌을 대신할 효과적인 대체방안 없이는 제대로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고 혼란만 가중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교육청도 체벌 대체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곧 가동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청, 교육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취합 중”이라며 “이를 면밀히 검토해 도입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벌 대체프로그램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유기정학·퇴학 등의 벌칙이 체벌 대신 운영된다. 심지어 문제가 심각한 데도 별 개선 효과가 없는 학생의 경우 학부모를 ‘방임’ 혐의로 수사 당국에 고발하기도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하나고 장지현(26·영어) 교사는 “미국에서는 교내 벌칙 적용이 아주 엄격하다”며 “학기 단위의 정학도 일반화돼 있다”고 소개했다. 공통 양식의 대학 원서를 작성할 때도 정학 여부 등을 반드시 적도록 돼 있다. 대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998년부터 사립은 물론 공립학교까지 체벌이 전면 금지된 영국에서도 이달부터 문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이 강화됐다. 휴대전화·음란물·담배 등을 압수할 수 있는 소지품 검사가 가능하고, 학부모에게 통보 없이 학생을 방과후 별도 교실에서 교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체벌 대체 방안이 별로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31조’에는 징계가 필요할 경우 ▶교내 봉사 ▶사회 봉사 ▶특별교육 이수 ▶퇴학 처분 등만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가장 강한 처벌인 퇴학은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생에게는 적용이 안 된다. 교내 봉사, 사회봉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교사들의 평가다. 경원대 조석훈(교육학) 교수는 “미국처럼 부모 소환권이나 고발 같은 강력한 수단이 없다면 학생지도가 막막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외국 제도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등교 정지(정학)만 해도 ‘학교폭력 예방·대책법’상 폭력 학생에 한해서만 10일 이내에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생활기록부의 징계사항 기록도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을 바꿔야만 가능해진다. 중앙대 홍준표(가족복지학) 교수는 “체벌 대체방안을 학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보다 효율적인 방안 마련에 정부와 교육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무조건적인 처벌 대신 문제 학생의 행동을 분석해 치료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이시우 학교지원국장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효과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진·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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