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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완화 - 강남3구 해제 - 보금자리 조정 불가 …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이 무산된 21일, 이를 주도했던 국토해양부는 맥이 풀려 있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요구했다가 전방위로 얻어맞은 탓이다. 더 아픈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키워드인 ‘친서민’도 모르느냐”는 다른 부처와 청와대의 일격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부동산 정책은 ‘3불(不)’로 요약된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조정 불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투기지역 해제 불가, 그리고 이번에 확인된 DTI 규제 완화 불가다. ‘3불’은 경제 논리로 정해진 게 아니다.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 문제다. 잘못 건드렸다간 다치기 십상인 민감한 덫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후 처음으로 서민 행보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화곡동 까치산시장 입구에 있는 포스코 미소금융재단지점을 방문해 소액대출신용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연 후 시장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시장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문규 기자]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조정 불가=보금자리주택은 이 정부의 자랑거리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까지 짓는 주택이 보금자리주택이다. 1970년대 이래 지켜온 그린벨트지만, 이를 과감히 뚫은 명분은 ‘친서민’이었다. 정부는 2018년까지 10년간 수도권에서 총 10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분양가가 저렴한 데다 물량이 많아 민간업체의 집 장사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물량을 줄이고 일정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민간주택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데 공공 물량은 계속 늘고 있다”며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시기와 물량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를 고려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손수 챙기며 “계획대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해온 데다, 물러섰다간 친서민 정책의 후퇴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은 한마디로 ‘성역’이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불가=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도 마찬가지다. 강남 3구는 2002년 9월 이래 8년 가까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2008년 들어 해제 요건을 갖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풀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08년 말부터 한동안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해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발표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정무 라인의 반대론에 묶여 미루고 말았다. 자칫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만히 둬도 될 것을 괜히 건드렸다 “친서민은 위장 간판일 뿐”이란 비난을 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때부터 정부 안에서는 이를 거론하는 게 금기가 됐다. 익명을 원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제 요건을 갖췄어도 풀지 않는 건 전적으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DTI 규제 완화 불가=DTI 규제 완화 역시 친서민 코드의 새 줄기로 자리 잡았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DTI 규제 완화에 반대한 이유는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동수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오버했던 부동산담보대출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이냐가 큰 숙제인데 DTI 완화는 거꾸로 가는 일”이라고 철벽수비망을 쳤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대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정치적 판단이 가세했다.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냐” “집값이 떨어지는 걸 서민들은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모두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DTI 완화를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친서민 코드 감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물러서야 했다.

‘3불’ 정책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또 이 대통령이 직접 허용하지 않는 한 허물기 어려워졌다.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후엔 친서민 코드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원래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부자 정부’나 ‘부동산 정권’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내건 기치였다. 실제 일부 효험도 봤다. 그래서 더 놓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재정부는 다음 달부터 내놓을 세제 개편안, 청년 취업 대책, 물가 대책에 모두 친서민 정책을 담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도 친서민과 소통을 화두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적인 정책 카드들을 친서민 코드로 묶어놓다 보면 정책 대응의 적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게 문제다. 친서민 정책 때문에 집값 하락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빚만 떠안고 ‘서민화’할 수 있다. 성역이 많아지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부처 간 책임전가와 불협화음도 잦아진다. 이번에 관계 부처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다.

글=허귀식·권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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