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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 완화 … “지금이 적기” vs “부작용 더 커”

얼어붙은 시장에 긍정 신호 될 것



현재 주택시장은 미분양 적체 장기화, 입주대란 위기감 고조, 거래 급감 등으로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시장에서 거래 기능의 마비와 가격왜곡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금 상황을 촉발했다고 하지만, 두 해를 넘겼는데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주택시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얼어붙은 수요 심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공급시장도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거의 동면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움직임은 침체된 주택시장에 희망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감면시한 연장,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시기·물량 조정 등을 비롯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금융규제의 완화 여부 등이 주요 대상으로 떠오른다.



특히 DTI 등 대출 규제의 완화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과 상충할 수도 있고, 700조원에 가까운 가계대출의 부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 측면에서 보면 DTI 규제를 계속 강화한다고 해서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DTI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이 실수요 차원에서 많이 빌린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자체 판단이나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액이 한도 내에서 억제됨으로써 오히려 일정 부분 여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DTI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일시적으론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거래 회복을 통해 집 팔기가 쉬워지면 대출금 상환이 원활해지게 마련이다. 오히려 가계대출의 악성화를 막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부분적인 DTI 규제 완화가 곧바로 무분별한 대출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LTV를 통한 대출의 부실화 방지 기능도 작동하고 있다. 만일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있다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DTI 완화가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만능의 수단은 아니다. 논의 중인 다양한 방안들이 함께 처방될 때 본래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줌으로써 얼어붙은 심리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시기를 놓치면 좋은 방안도 빛을 보기 어렵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700조 넘는 가계 부채만 더 늘 것



 최근 주택 거래가 줄고 집값도 약세를 보이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에 비해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주택 수요를 끌어올려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는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것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주택 공급 물량 확대나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선 DTI 규제를 완화해도 주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다. 값이 내릴 것이 뻔한 상품을 돈을 빌려줄 테니 사라고 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그나마 지금의 DTI 규제는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라 이를 완화해도 지방 주택시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DTI 규제 완화는 중장기적으로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시점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과연 해결됐는가. 가계부채는 현재 700조원을 넘었고 시장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럴 때 가계가 더 많은 빚을 진다면 조만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가계의 재무상태가 더 부실해지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수요 기반이 잠식될 뿐만 아니라 금융부실, 내수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건설사의 부실 문제를 미래의 가계 부실과 맞바꿔 해결하려 한다면 중산층의 붕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선진국 진입은 더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 정책의 신뢰와 사회적 합의의 기반을 해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을 오가며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된 느낌이다.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과 투기 억제 정책이 번갈아 나오면서 국민은 정부의 정책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그럼에도 DTI 규제는 소득에 비해 빚을 너무 많이 내 투기를 하지는 말자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것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와 같은 ‘소득을 따지지 않는’ 약탈적 대출의 파국은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주택가격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주택경기는 집값이 충분히 하락해 ‘이제는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 때 비로소 살아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충격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너무 많은 빚을 내서 집에 투기를 하지는 말자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면서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찾자는 것이다. 단기적 효과는 불확실하고 장기적 부작용은 확실한 DTI 완화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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